“달리기가 놀이…난생 첫 국제대회 설레요”

  • 입력 2007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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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발 신고 잘 달리거라” 16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프라자호텔에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가 마라토너를 꿈꾸는 케냐의 초등학생들을 만나 러닝화를 선물하고 직접 신겨주고 있다. 오른쪽부터 리키노이, 조이스, 라자러스, 이들과 동행한 월드비전 케냐의 아동결연 코디네이터 루스 씨. 강병기 기자
“이 신발 신고 잘 달리거라”
16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프라자호텔에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가 마라토너를 꿈꾸는 케냐의 초등학생들을 만나 러닝화를 선물하고 직접 신겨주고 있다. 오른쪽부터 리키노이, 조이스, 라자러스, 이들과 동행한 월드비전 케냐의 아동결연 코디네이터 루스 씨. 강병기 기자
“어려운 여건에서도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대단하네요. 한국에서 크고 있는 어린 마라톤 선수들과 훗날 경쟁상대가 될 수도 있겠는데요.”(이봉주)

마라토너를 꿈꾸는 케냐의 초등학생들과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7·삼성전자) 씨가 1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라자호텔에서 만났다.

케냐의 리키노이(13·여), 라자러스(12), 조이스(12·여)와 이 씨는 모두 18일 열리는 ‘2007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8회 동아마라톤대회’에 참가할 예정.

어린이들은 서울 세종로를 출발해 6km를 달리고, 생애 35번째 완주에 도전하는 이 씨는 잠실주경기장까지 42.195km를 달리지만 모두 같은 ‘마라톤 선수’ 자격이다.

케냐의 어린이들은 본보와 함께 이번 대회를 나눔 마라톤으로 공동 진행하는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의 초청으로 15일 한국을 찾았다.

비행기로 14시간이나 떨어진 이국 땅을 밟은 어린이들은 피부색도, 공기도 모든 게 다른 한국이 낯설지만 얼굴 표정에는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하는 데다 국제무대 수상 경험이 있는 ‘진짜 마라토너’를 만나기 때문이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160km 떨어진 시골 마을 세레에 사는 마사이족 출신 리키노이는 “학교 대표로 7km를 달리는 지역대회에서 동메달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렇게 큰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니 꿈만 같다”며 “아저씨처럼 잘 달리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집에서 7km나 떨어져 있는 학교까지 매일 왕복 14km를 가뿐히 달려 등하교 하는 리키노이를 비롯해 3명의 어린이들에게는 달리기가 ‘놀이’다.

한국에 도착한 다음 날인 16일 오전에도 아침밥을 거른 채 지금 머물고 있는 프라자호텔 앞 서울광장으로 나가 셋이서 경주하듯 몇 바퀴를 돌았다. 어린이들이 조르는 바람에 월드비전 관계자는 이날 오후에도 한강 둔치에서 달리는 일정을 급히 짰다.

이 씨는 어린이들에게 유니폼과 러닝화를 선물하고, 맨발로 뛰어온 탓에 단단해진 발을 어루만지며 직접 러닝화를 신기기도 했다.

그는 “너희들만 할 때 달리기를 하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이 넉넉지 못해 고등학생이 돼서야 운동을 시작했다”며 “희망을 잃지 않고 계속 연습하면 언젠가 마라토너라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덟 살 때부터 세계적인 마라토너가 되겠다고 결심한 라자러스는 이 씨에게 “계속 달려서 멋진 모습을 보여 달라”며 “우리와 같은 어린 아이들도 잘 가르쳐 주시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나’아닌 ‘우리’를 위해 달리자

2007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8회 동아마라톤대회는 ‘42.195는 사랑입니다’라는 슬로건처럼 ‘나’가 아닌 ‘우리’를 위해 달리는 나눔 마라톤 축제다.

1996년 동아국제마라톤 때 시작된 ‘1m 1원 사랑의 모금 운동’은 올해도 계속된다. 1m를 달릴 때마다 1원씩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누는 이 행사는 이제 어지간한 마라톤대회에서 빠지지 않는 주요 이벤트가 됐다.

‘1m 1원’은 참가자가 스스로 정한 거리를 달린 뒤 그 거리만큼의 기부금을 내는 방식. 주위 사람들에게 동참을 권유하는 참가자도 많다. 레이스를 마친 뒤 모은 돈은 본인의 이름으로 세계적인 구호단체 월드비전에 온라인(국민은행 099-01-0255-422)을 통해 입금하면 된다. 올해부터는 나눔 마라톤 홈페이지(www.love42195.org)를 통해 참여할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1m 10원’을 실천해야 한다는 달림이도 있다. 1999년부터 마라톤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42만1950원을 기부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송천 교수가 대표적인 인물.

2004년부터 시작한 ‘사랑의 헌옷’과 ‘아름다운 가게’ 행사도 열린다. 출발 전 체온 보호를 위해 참가자들에게 나눠 주던 비닐 옷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평소 입지 않는 헌옷을 입고 나오도록 권유하고 있다. 이 행사는 폐비닐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의미도 있다.

아름다운 가게는 참가자들이 마라톤 출발 전 벗어 놓은 헌옷을 깨끗이 손질해 싼 값에 새 주인을 찾아 주고, 그 수익금으로 지치고 힘든 이웃과 그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행사장 주변에 마련된 아름다운 가게 기증함을 통해 의류뿐 아니라 잡화, 책 등 쓸 만한 헌 물건을 기증하면 된다.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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