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 시범경기 데뷔전 3타수 1안타 1도루

  • 입력 2007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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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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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아이 히로미쓰(54) 주니치 감독은 선수시절 ‘괴짜’였다. 감독이 돼서도 마찬가지. 오치아이 감독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오레류(オレ流)’다. 나만의 길을 간다는 뜻이다. 주위에서 누가 뭐라 하든 거침이 없다.

이병규(사진)의 일본 무대 첫 공식 경기인 1일 소프트뱅크와의 시범경기. 오치아이 감독은 이병규를 톱타자 겸 중견수로 출전시켰다. “첫 출장 기념으로 1번에 배치했을 것”이라는 게 일본 기자들의 말이었다.

1회 초 첫 타석에서 이병규는 왼손 선발 투수 가미우치 야스시의 5구째 직구(139km)를 노려 중견수 옆에 떨어지는 깨끗한 첫 안타를 때려냈다. 3번 이바타 히로카즈 타석 때는 2루 도루도 성공시켰다.

이병규는 3회에는 가미우치의 포크볼(119km), 5회에는 작년 13승을 거둔 아라카키 나기사의 싱커(129km)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이병규는 6회 수비부터 이노우에 가즈야로 교체됐다. 이날 성적은 3타수 1안타에 1도루.

데뷔전으로는 무난했지만 변화구 적응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병규는 일본 진출설이 나돌 때부터 타격 폼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타격 때 몸이 앞으로 쏠리는 듯한 자세로는 변화구를 잘 던지는 일본 투수를 상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치아이 감독의 신뢰는 변함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전 이병규는 “오치아이 감독은 나의 타격 자세에 대해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 오히려 한국에서 하던 대로 하라고 했다”고 했다.

하긴 타격 폼에 관해서는 오치아이 감독만큼 할 말이 많은 사람도 없다. 오치아이 감독은 선수 시절 온 힘을 다해 밑에서 위로 치는 독특한 스윙을 구사했는데 1979년 일본 롯데에 입단했을 때 야마우치 가즈히로 당시 감독에게서 “저런 타격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치아이를 인정해 준 것은 1980년 롯데로 이적한 장훈이었다. 장훈은 “그 자세 그대로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조언했고 결국 오치아이는 통산 타율 0.311에 510홈런을 때린 대타자가 됐다.

그런 오치아이 감독이 지금 이병규를 인정하고 있다. 독특한 개성에 ‘문제 있는’ 타격 자세를 가진 두 사람은 찰떡궁합이다. 이병규는 경기 후 “말은 필요 없다. 상대 투수들은 몸으로 부딪쳐서 깨닫는 게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

후쿠오카=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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