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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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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서 10m가량 길게 늘어뜨려진 굵은 밧줄에 근육질의 사나이들이 힘차게 매달려 올라간다. 억센 두 팔과 배의 근육이 선명하게 꿈틀거린다.
10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웨이트트레이닝장에 설치된 로프에 국가대표 레슬링 선수들이 매달렸다.
안승문 감독은 “줄타기는 상체 근육을 강하게 해 준다. 공중에서는 자신의 체력을 숨기려야 숨길 수 없다”며 정직한 훈련의 상징이라고 설명한다.
다른 쪽에서는 복싱과 배구 대표들이 역기 등을 들어 올리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아경기대회가 51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심장부 태릉선수촌은 태극전사들의 막바지 훈련 열기로 뜨겁다.
“1997년부터 이곳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1년에 고작 몇 차례 집에 들어가는 생활을 9년째 하고 있습니다. 이제 4개월 된 아들이 보고 싶습니다. 늘 곁에 있어 주지 못해 가슴이 아픕니다. 시상식 때 꼭 금메달과 아들의 사진을 같이 목에 걸고 싶습니다.”
레슬링 대표 백진국은 장기 합숙훈련으로 인해 가족에게 미안해하면서도 “금메달을 따기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다른 종목의 선수들도 마찬가지. 역시 1월에 입소해 장기 합숙 중인 복싱의 박시헌 코치는 “5년째 대표팀 코치를 하느라 아이들 방학 때나 운동회 때도 한번 가지 못했다. 가족까지 버리고 이곳에 온 느낌이다. 사명감이 없으면 이짓 못한다”고 말했다.
양궁 선수들은 1인당 하루에 400∼500번 시위를 당긴다. 수만 발의 화살을 쏘며 아시아경기 금메달 석권을 조준하고 있다. 오선택 여자팀 감독은 “우리처럼 열심히 훈련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태릉선수촌의 선수들은 오전 6시∼7시 반 새벽훈련, 오전 11∼12시 웨이트트레이닝, 오후 3∼6시 기술훈련, 오후 8시 이후 개인훈련 등 꽉 짜인 생활을 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이면 불암산까지 3.8km의 산길을 달리는 악명 높은 산악달리기도 해야 한다. 다른 종목 선수단에 심하게 뒤지거나 만족할 만한 기록이 나오지 않으면 즉석에서 호된 체력훈련을 받기도 한다. 선수들의 몸에서는 연일 굵은 땀이 흐르고 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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