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거’ 설기현, 톱10 보인다… 프리미어리그 선수랭킹 13위

  • 입력 2006년 10월 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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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벨기에 앤트워프에 입단한 뒤 6년 만인 올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설기현. 7년간 유럽 무대에서 기량을 쌓아온 그가 마침내 최고의 무대로 꼽히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0년 벨기에 앤트워프에 입단한 뒤 6년 만인 올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설기현. 7년간 유럽 무대에서 기량을 쌓아온 그가 마침내 최고의 무대로 꼽히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물오른 설기현(27·레딩 FC)의 상승세가 무섭다. 요즘 국내 축구팬들은 “설기현 보는 재미로 산다”고 할 정도다.

1일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올 시즌 2호골을 터뜨린 설기현이 4일 발표된 프리미어리그 공식 통계사이트 액팀 스태츠 선수랭킹(각 선수의 경기 기여도를 골, 어시스트, 출전시간 등 6가지 요소로 평가해 점수화)에서 123점을 얻어 지난주보다 6계단 뛰어오른 13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12일 68위였던 설기현은 3주 만에 무려 55계단이나 뛰어오르는 초고속 상승세를 타면서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로는 처음으로 ‘톱 10’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설기현은 13위에 랭크됐지만 팀 동료인 케빈 도일과 12위를 차지한 호주 출신의 미드필더 팀 케이힐(에버턴)과 똑같은 점수를 얻어 사실상 공동 11위나 다름없다.

레딩의 붙박이 오른쪽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설기현은 프리미어리그 미드필더 순위에서도 5위에 올라 데뷔 첫해부터 자신의 입지를 튼튼히 다지고 있다. 특히 설기현이 웨스트햄 경기에서 터뜨린 시즌 2호골은 프리미어리그가 선정하는 ‘금주의 골’ 후보에도 올랐다.

프리미어리그 출전 7경기 만에 2골을 잡아낸 설기현. 3일 귀국한 그는 “이젠 최강 첼시와 경기해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설기현이 잘나가는 이유로 이 같은 자신감을 들었다. 2000년 7월 유럽의 변방인 벨기에 주필러 리그에서 시작해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경험이 이제야 빛을 발하고 있다는 얘기.

사실 설기현은 운도 좋았다. 울버햄프턴 시절인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고전했고 대표팀에서도 뚜렷한 활약을 하지 못 했다. 국내 복귀까지 고려하던 설기현은 올해 처음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레딩 FC의 스티브 코펠 감독 덕택에 ‘빅 리거’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코펠 감독이 챔피언십리그에서 언제나 열심히 뛰는 그를 눈여겨보고 선택했던 것이다.

“팀 내에 유명 선수가 별로 없어 선수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신뢰하는 분위기 속에서 설기현은 빛날 수 있었다”는 게 서형욱 MBC 해설위원의 평가. 그래서 박지성(25)이 세계적인 스타들이 즐비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어렵게 주전을 확보했던 것보다는 쉽게 주전을 꿰찰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찌감치 유럽의 변방 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빅 리그’를 향한 꿈을 키우며 흘린 땀이 없었다면 오늘의 설기현은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설기현 프로필 및 기록(4일 현재)
프로필-1979년 1월 8일 강원 정선 출생
-184cm, 73kg
-강릉 성덕초-주문진중-강릉상고-광운대
기록-A매치=71경기 16골
-앤트워프(벨기에·2000∼2001년)=25경기 10골
-안데를레흐트(벨기에·2001∼2004년)=72경기 18골
-울버햄프턴(잉글랜드·2004∼2006년)=69경기 8골
-레딩 FC(잉글랜드·2006년∼)=7경기 2골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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