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베어벡 또 심심한 축구…이란전 1-1 무승부

  • 입력 2006년 9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핌 베어벡 감독이 후반 종료 직전 한국이 이란에 동점골을 허용하자 낙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핌 베어벡 감독이 후반 종료 직전 한국이 이란에 동점골을 허용하자 낙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사람이 오늘 경기에 실망했을 것이다.”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7 아시안컵 예선 한국-이란전이 1-1로 끝난 직후 핌 베어벡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실망스러운 결과임을 자인했다.

축구대표팀 감독 데뷔전인 지난달 16일 대만전에서 3-0으로 이기고도 ‘창의적 전술 부재’라는 비판을 받았던 베어벡 감독이 썩 유쾌하지 못한 출발을 하고 있다.

베어벡 감독은 전임 딕 아드보카트 감독처럼 ‘4-3-3’ 포메이션을 운용하고 있다. 그는 선수 포지션을 조금씩 바꾸면서 실험을 하고 있다.

이란전에서는 아드보카트 감독 시절 측면 수비수로 활용했던 김동진(제니트)을 중앙 수비수로 배치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베어벡 감독은 이영표(토트넘)의 공격력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었다고 설명했다. 공격 성향이 강한 왼쪽 수비수 이영표가 오버래핑을 한 사이 빈 자리를 채워 줄 수 있는 선수 중 몸싸움이 좋고 수비 위치상 왼발을 잘 쓰는 선수가 필요했다는 이유였다. 포백에서의 중앙 수비수 발굴은 한국축구대표팀의 숙제. 베어벡 감독은 김동진을 실험적으로 기용해 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컨디션 난조를 보인 고참 골키퍼 이운재(수원) 대신 김영광(전남)이 나섰다. 박지성(맨체스터)과 설기현(레딩)의 측면 공격수 기용은 아드보카트 시절에도 여러 차례 실험한 카드였다.

결과적으로 이날 김동진의 중앙 수비는 무난했다. 마지막 1분을 남겨 놓고 또 다른 중앙 수비수 김상식(성남)이 공을 빼앗겨 골을 내주었지만 이는 김상식의 실수 이전에 미드필드에서부터 한국팀의 전반적인 압박이 실종된 때문이다. 이는 한국팀의 체력 저하와 집중력 부족에 기인한다. 이란의 아미르 갈레노이에 감독은 “한국팀이 이전부터 후반에 체력이 크게 떨어지는 점을 분석했고 이를 노렸다”고 말했다.

이는 베어벡 감독에겐 본격적인 소집훈련 기간이 부족했고 체력훈련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상으로 극복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공격 루트는 여전히 단조로웠다. 측면 크로스에 이은 중앙 공격, 좌우 수비수의 오버래핑이 주 공격 루트였다. 이는 아드보카트 감독 시절과 큰 차이가 없다. 설기현의 오른쪽 돌파가 빛났지만 대체로 한국팀의 크로스는 날카롭지 못했다. 또 이 전술 자체가 체격이 좋은 상대팀에는 별로 위력적이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너무 뻔한 공격을 했다.

베어벡 감독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로선 변화의 폭이 너무 적고 공격 전술은 새로운 것이 없다. 많은 신인을 뽑고도 실전에서는 쓰지 못하고 있다.

베어벡 감독은 아드보카트의 그늘에서 안전한 출발을 하려는 것인가. 만일 전격적인 실험을 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부임 초가 적기가 아닐까. 시간이 지날수록 실험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