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단 격분시킨 말은… ‘박치기 미스터리’ 세계가 쫑긋

  • 입력 2006년 7월 1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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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독일 월드컵은 끝났지만 세계 축구 팬의 눈과 귀는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34·레알 마드리드)과 이탈리아의 마르코 마테라치(33·인터밀란)에게 쏠리고 있다.

10일 결승전에서 마테라치가 어떤 말을 했기에 지단이 영광스러운 자신의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은퇴무대에서 ‘박치기’를 하고 퇴장당하는 자충수까지 뒀을까.

세계 언론은 마테라치의 입술 모양으로 대화 내용을 알아내기 위해 독화술 전문가까지 동원하는 노력을 벌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독화술사들이 내놓은 분석이 제각각이라는 것.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이탈리아 통역사의 도움을 받은 독화술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마테라치가 지단을 ‘테러리스트 매춘부의 아들’이라고 불렀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TV 글로보는 “마테라치가 두 번이나 지단의 여동생을 매춘부라고 부르는 입술의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지단의 사촌인 모크타르 하다드 씨가 “마테라치가 지단을 테러리스트 또는 하키스의 아들이라 불렀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하다드 씨는 큰 스크린으로 마테라치의 입술 모양을 연구했다고. ‘하키스’는 알제리 독립전쟁 때 프랑스 편에 서서 조국에 맞서 싸운 매국 용병을 일컫는 말. 알제리 출신인 지단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욕적 단어다.

이런 가운데 마테라치의 발언은 직간접적이나마 간간이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진실을 규명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상태.

마테라치는 이탈리아 ANS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지단의 가족을 모독하지 않았고 테러리스트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나는 무식해서 테러리스트가 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스포츠신문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선 자신의 결백을 밝히는 동시에 오히려 지단이 먼저 잘못했다고 주장했다. “경기 중 지단의 유니폼을 잡아당기자 그가 매우 거만하게 ‘내 셔츠를 원하면 나중에 줄 수 있다’고 했다”며 “그래서 가벼운 욕설로 응수했다”는 것.

이탈리아 방송 ‘채널4’의 인터넷 사이트는 욕설 내용에 대해 마테라치의 에이전트 입을 빌려 마테라치가 “네 유니폼을 입느니 차라리 네 아내의 옷을 입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프랑스의 여론은 대체로 지단에게 우호적이다.

일간 르파리지앵의 11일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61%가 지단을 용서했다. 그러지 못한다는 응답은 27%에 불과했다.

이날 엘리제궁에서 대표팀 선수들과 오찬을 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지단에게 “당신은 애정과 헌신, 믿음의 사나이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은 당신을 숭배하고 사랑한다”고 치켜세웠다.

프랑스 축구연맹 관계자는 “지단의 어머니를 모욕했다면 그의 폭력적인 행동이 불가피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메 자케 전 프랑스 감독은 “안타깝게도 지단은 스스로를 컨트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장프랑수아 라무르 체육장관은 “지단의 행동은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1면 톱으로 ‘영원한 후회’라는 제목을 붙인 스포츠신문 레퀴프는 사설에서 “알리, 펠레 등은 기본 룰을 깨지 않았다. 전 세계 수천만 명의 어린이 팬은 지단에게 ‘왜 그런 반칙을 했는지’ 묻고 있다”고 썼다.

이제 공은 지단에게로 갔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진상조사를 벌인다고 한다. 그 전에 지단이 모든 것을 밝혀야 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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