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황제는 살아있다…호나우두 월드컵 통산 15골 ‘득점왕’

  • 입력 200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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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흥! 압박? 하든 말든! 곰처럼 어슬렁 어슬렁.

눈은 멀뚱멀뚱. 몸은 뒤뚱 뒤뚱. 얼씨구, 상대편과 농담까지?

완전 엽기다. 이래도 되는거야? 된다. 호나우두라면.

기회만 있으면 스텔스기. 틈만 보이면 폭주기관차.

골을 넣곤 씨∼익 웃는다. 크고 긴 앞니를 내밀며.

그라운드의 엽기토끼. 그가 있어 지구는 즐겁다.》

수비 땐 하프라인 오른쪽 끝이나 센터서클 내에서 상대 수비수와 농담하며 어슬렁거린다. 자기편 페널티지역까진 아예 내려갈 생각도 않는다. 마치 녹색 그라운드를 산책하는 것처럼 여유가 넘친다. 하지만 아군이 볼만 잡으면 수비를 따돌리고 번개같이 문전으로 파고든다.

‘신축구황제’ 호나우두(30·레알 마드리드).

28일 독일 도르트문트 베스트팔렌슈타디온에서 열린 브라질-가나의 2006 독일 월드컵 16강전은 호나우두가 돋보인 경기였다. 골키퍼 지다(AC 밀란)를 제외한 9명의 선수가 미드필드부터 강력하게 압박을 펼쳐도 호나우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센터라인 근처 밑으론 내려가지도 않는다. 수비 때 가끔 압박을 해도 상대방의 볼을 뺏으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동료 선수들은 불평 하나 하지 않고 그를 위해 볼을 건넨다.

전반 5분. 센터서클 내에서 조용히 기회를 엿보던 호나우두는 카카가 미드필드에서 볼을 잡자 곧바로 페널티지역 정면으로 뛰기 시작했다. 이를 본 카카가 빈 공간으로 볼을 투입했고 상대 골키퍼 리처드 킹스턴과 일대일 찬스를 잡은 호나우두는 특유의 헛다리짚기로 골키퍼를 따돌린 뒤 쉽게 선제골을 낚았다.

역대 월드컵 통산 최다인 15골. 호나우두는 1998 프랑스 월드컵 때 4골, 2002 한일 월드컵 때 8골에 이어 이번 대회 3골을 기록해 게르트 뮐러(독일)의 종전 최다골 기록(14골)을 갈아 치웠다.

●순간 스피드-골감각 전성기 못지않아

카를루스 파헤이라 브라질 감독은 4년 전보다 몸무게가 크게 늘어나 언론의 비난을 받았던 호나우두에 대해 “그는 골을 넣는 괴물이다. 혼자 내버려두면 언제든 골을 넣을 것”이라며 옹호했다. 그리고 파헤이라 감독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며 호나우두에게 “수비는 걱정 말고 골만 넣어라”고 지시했고 호나우두는 3골을 잡아내 팀을 8강으로 이끌었다.

움직임이 예전 같진 않았지만 호나우두의 순간 스피드와 골 감각은 전성기 못지않았다. 호나우지뉴와 카카에게서 건네받은 볼을 잽싸게 리턴패스하고 수비를 따돌린 뒤 다시 볼을 받아 슈팅하는 장면에 팬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기록은 끝났다… 우승 위해 뛰겠다”

호나우두는 “기록을 깰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 이젠 브라질 우승을 위해 골을 넣겠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호나우두의 선제골로 기선을 잡은 뒤 아드리아누와 제 호베르투의 추가골로 아프리카의 복병 가나를 3-0으로 완파했다. 브라질은 1998 프랑스 월드컵 결승에서 프랑스에 패한 이후 2002 한일 월드컵부터 파죽의 11연승을 달렸다.

도르트문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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