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 광장은 놀이공원이자 클럽이었다…거리응원 참관기

  • 입력 2006년 6월 20일 03시 01분


패션은 달라도 열정은 하나“2006 월드컵 포토제닉은 나!” 18일(현지 시간) 독일 라이프치히 첸트랄슈타디온, 19일 새벽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에서 응원전을 펼친 붉은 악마들이 저마다 개성 있는 패션과 장식을 뽐내고 있다. 라이프치히=김동주 기자
패션은 달라도 열정은 하나
“2006 월드컵 포토제닉은 나!” 18일(현지 시간) 독일 라이프치히 첸트랄슈타디온, 19일 새벽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에서 응원전을 펼친 붉은 악마들이 저마다 개성 있는 패션과 장식을 뽐내고 있다. 라이프치히=김동주 기자
본보 프랑스전 호외 발행19일 새벽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독일 월드컵한국과 프랑스전을 응원하며 짜릿한 무승부에 열광했던 붉은악마들이 동아일보사 앞을 지나가던 중 본보가 긴급 발행한 호외를 읽으며 다시 한번 프랑스와 극적으로 비긴 감격에 빠져들었다. 동아일보사 외벽에 걸린 대형 현수막 속에서 포효하고 있는 박지성 선수의 모습이 이날 동점골을 넣은 뒤의 골 세리머니를 보는 듯하다. 김재명 기자
본보 프랑스전 호외 발행
19일 새벽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독일 월드컵한국과 프랑스전을 응원하며 짜릿한 무승부에 열광했던 붉은악마들이 동아일보사 앞을 지나가던 중 본보가 긴급 발행한 호외를 읽으며 다시 한번 프랑스와 극적으로 비긴 감격에 빠져들었다. 동아일보사 외벽에 걸린 대형 현수막 속에서 포효하고 있는 박지성 선수의 모습이 이날 동점골을 넣은 뒤의 골 세리머니를 보는 듯하다. 김재명 기자
#AM 4:00… 희(喜)?

“밤새우고 응원하는 거 힘들지 않아요?”(기자)

“아뇨 전혀요! 우리 여기 어제 오후 10시에 와서 지금까지 응원했어요!”(대학생 김희영 씨·21·여)

“경기 보고 여기서 옷 갈아입고 출근하려고 양복 가져왔어요. 이 순간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응원이에요!”(회사원 권태경 씨·35)

19일 오전 4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은 경기 시작을 축하하는 폭죽소리와 환호성으로 요동쳤다.

2006 월드컵 거리응원의 메카가 된 서울광장은 이미 19일 오전 2시부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빌딩 앞 대로에 모여앉아 통닭을 뜯고 피자를 먹었다. 오전 3시. 대기업 로고가 선명한 대형 특설무대에서 ‘윤도현 밴드’의 공연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붕붕 뛰었다. 잠을 쫓으려 벌겋게 충혈된 눈, ‘대∼한민국’ 리듬에 홀린 듯 무의식적으로 올라가는 두 팔, 꺽꺽거리는 쉰 목소리…. 응원이 곧 살아있음의 확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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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 월드컵 때와 확연히 달라진 것은 응원하는 사람들의 패션이었다. 붉은 티셔츠만 입고 응원을 한다면 영락없는 ‘아저씨 아줌마’라고 보아도 좋았다. 특히 돋보인 것은 젊은 여성들의 차림새. 배꼽이 드러나는 붉은색 티, 태극기로 만들어 입은 미니스커트, 심지어 태극기 브래지어까지…. 금기도 권위도 두려워하지 않는 듯한 여성들의 옷차림은 이제 월드컵 응원이 하나의 패션임을, 내 스스로 즐기기 위한 열정임을 드러냈다.

#AM 5:00… 애(哀), 그리고 노(怒)

“야 좀 앉아! 앉으라고!”

응원은 정말 공동체의 발견일까. 경기 시작 후 사람들은 급속도로 민감해졌다. 누군가가 시야를 가리면 가차 없이 반말과 욕설이 오갔다. 주먹다짐을 하는 남자들도 보였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누가 잘못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상황을 종료시킨 것은 목소리 큰 아주머니였다. “야 XX들아 안 보이니까 나가서 싸워. 여기가 너희 집 안방이냐!”

그러나 악다구니는 경기 시작 9분 만에 얼어붙었다.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가 선제골을 넣은 것. 응원단은 찬물을 뒤집어쓴 듯 조용해졌다. 풀리지 않는 게임. 12번째 태극전사로 불리는 붉은 옷 일색의 응원단의 목청은 잦아들고 하품이 사람들 사이에 전염병처럼 번졌다. 낙오자들도 속출했다. 조금이라도 공간을 확보한 사람은 신문지, 돗자리를 덮고 잠을 청했다. 멀리 하늘이 희부옇게 밝아오자 아예 짐을 싸서 자리를 뜨는 사람들도 있었다. 붉은악마들도, 상인들도, 안전요원들도 “아 짜증나…”라며 피곤과 초조 사이를 오갔다.

#AM 5:36… 낙(樂)!

“와!”

모두 일제히 일어났다. 후반 36분 박지성 선수의 동점골이 터졌다. 신문지, 돗자리 모두 공중에 떴다. 옆 사람이 누군지 상관없이 모두 얼싸안고 소리쳤다. 사람들은 곧바로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쳤다. 4년 전 4강 신화를 확정짓던 순간의 그 숨막힘. 가슴 터질 것 같던 그 흥분을 기자도 다시 느꼈다.

“골 터지고 록 버전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데 가슴 터질 것 같아 죽는 줄 알았어요! 대낮 축제 같아요!”(대학생 심현진 씨·22·여)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휘슬이 울렸다. 1 대 1 무승부. 하지만 광장에 모인 8만여 명은 “우리가 (태극전사를) 살렸다”고 환호했다. 보통 때의 월요일 아침이라면 ‘굉음’으로 들렸을 록밴드 ‘크라잉넛’의 ‘말달리자’가 ‘영광의 기상나팔’처럼 울려 퍼졌다.

“민족주의가 뭔지, 잘 몰라요. 하지만 이렇게 온 나라가 하나가 돼서 축제를 벌이는 거 이게 애국 아닌가요? 너무 응원해서 목이 다 쉬었어요. 월드컵이 사람 잡네요. 그래도 지금 저는 한국 사람이어서 너무 행복합니다.”(대학생 양창규 씨·25)

밤새 희로애락의 뜨거운 드라마가 펼쳐진 서울광장. 오전 8시 광장 옆 도로는 어느새 출근하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로 분주했다. 다시 일상의 아침이 시작됐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스위스전 나도 응원갈래요”사상 최대 거리응원 펼칠 듯▼

“이제 16강이다.”

19일 벌어진 독일 월드컵 한국-프랑스전에 전국에서 70여만 명이 거리응원에 나선 데 이어 24일 열리는 스위스전에는 전국 곳곳에서 최대 규모의 응원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한국이 프랑스와 비겨 스위스전이 대표팀의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된 것은 물론 각각 평일 오후 10시와 오전 4시에 열린 토고전, 프랑스전과 달리 주말인 토요일에 열리기 때문.

특히 24일은 초중고교생들의 ‘놀토(쉬는 토요일)’인 데다 상당수의 대학도 여름방학이 시작돼 그동안 수업 때문에 길거리 응원에 참가하지 못한 학생들이 대거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거리응원 인파가 토고전과 프랑스전의 규모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생 임수영(16) 군은 “평일이어서 대부분의 친구들이 TV로만 경기를 봤다”면서 “스위스전은 학교를 마치자마자 친구들과 함께 거리응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프랑스전이 끝나자마자 24일 한국-스위스전에 단체응원을 펼치자는 제안이 쇄도했다.

한 인터넷 카페 운영자는 “프랑스전은 월요일 새벽이라 부담스러웠지만 스위스전은 주말에 열리는 만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나자”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인터넷 카페 운영자도 “태극전사들이 결승까지 오를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며 “모두 서울광장에 모여 2002년 월드컵의 영광을 재현하자”고 제안했다.

한 아파트 주민들의 카페에는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지하주차장이나 관리사무소 인근에서 주민들이 다같이 응원을 하자”는 제안 글이 올랐고 “스크린 설치장소 인근 주민들의 동의를 얻으면 동참하겠다”는 주민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그러나 기상청은 스위전이 열리는 24일 비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날씨가 응원전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경기가 주로 이른 아침에 열리는 탓에 호황을 맞고 있는 시청 앞 호텔 등 숙박업소에는 스위스전이 열리기 전날인 23일 방을 예약하려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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