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월드컵]信!… 스코틀랜드에서 아드보카트 감독 출사표

  • 입력 2006년 5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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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고=연합뉴스
글래스고=연합뉴스
《“전쟁은 시작됐다. 긴장감에서 오는 짜릿한 흥분. 심장이 요동친다.

결과가 중요하다. 이기면 모든 실수가 용납된다. 하지만 비기거나 진다면 모든 게 허사가 된다.

결국 모든 비난과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우리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준비는 끝났다. 목청껏 외쳐 달라. ‘대∼한민국’을…”》

○ 2002년은 잊어라… 그러나 가능성은 열려있다

“결과가 중요하다. 이기면 모든 실수가 용납된다. 하지만 비기거나 진다면 모든 게 허사가 된다. 결국 모든 비난과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최근 코칭스태프끼리 나눈 얘기다.

바야흐로 전쟁이 시작됐다. 숨 막히는 긴장감과 함께 다가오는 짜릿한 흥분. 참 오랜만에 느껴 본다. 6월 2일 노르웨이, 4일 가나와의 평가전을 마치면 대망의 2006 독일 월드컵이 막이 오른다. 13일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첫 상대 토고를 만난다.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친다.

인천에서 비행기에 올라 바다 건너 스코틀랜드 글래스고까지 날아오는 동안 머릿속엔 많은 일이 주마등같이 지나갔다. 지난해 9월 한국행을 결정한 뒤 한국으로 와 선수를 만나고, 훈련하고, 경기하고…. 8개월이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갔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은 안다. 자신감만 앞세울 수 없는 상황이다. 4년 전보다 모든 상황이 불리하다. 홈그라운드가 아니고, 시차나 음식, 그라운드 사정, 관중 등 모든 것을 극복해야 한다. 훈련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선수들을 좀 더 여유롭게 소집해서 단계별 훈련 계획을 원활하게 실행할 수 없었다.

○ 원정 첫승 우리가… 벌써 가슴이 뛴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게 축구다. 그 가능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우린 1승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토고를 잡아야 한다. 모든 대회의 첫 출발이 중요하지만 홈에서 열렸던 2002년과 달리 이번엔 독일 원정으로 열리기 때문에 첫 경기에서 기필코 승리해야만 16강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토고 전에서 선수들이 200%의 컨디션을 낼 수 있도록 사이클을 맞추고 있다.

한국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다.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을 도왔던 핌 베르베크와 아프신 고트비 코치, 리베로로 그라운드를 지휘했던 홍명보 코치를 불러 가능성도 놓치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다. 우리 선수는 물론 상대 팀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다 확보했다. 우리가 열악한 상황에서도 자신감에 차 있는 이유다.

유럽 첫 입성지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를 고른 것도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을 고려한 것이다. 글래스고는 좋은 경기장과 환경을 갖추고 있어 축구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선수들이 마음 편히 유럽을 느낄 수 있다. 내가 한때 글래스고 레인저스 감독을 맡았기 때문에 현지 팬들도 우호적으로 대할 것이다. 글래스고가 한국에 행운을 안겨 줄 약속의 땅이 되길 바란다.

○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환상에서 벗어나야한다

27일 글래스고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한 기자가 ‘2002년엔 4강에 올랐다. 이번엔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당연히 정확하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4강 신화는 과거일 뿐이다. 우린 2006년 6월 토고 프랑스 스위스와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선 안 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 일각에선 과거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과거를 과감히 떨쳐야 한다.

지난해 처음 한국 선수들과 대면했을 때 칠판에 2002와 2006이란 글자를 나란히 썼다. 그리고 잠시 후 2002란 글자를 깨끗이 지웠다. 당시 대표팀이 흔들렸던 이유도 2002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내 판단이었다. 역시 선수들은 현명했다. 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알아차리고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 ‘선수는 다 똑같은데 감독 하나 바뀌었다고 팀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선수들도 분명 달라진 게 있다. 마음가짐이다.

4강은 환상이다. 월드컵은 현실이다.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린 2002년을 경험한 선수가 10명이나 된다. 축구에 대한 모든 것을 스펀지같이 빨아들이며 패기와 열정까지 갖춘 젊은 선수들도 많다. 게다가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유럽 선수를 압도하는 불굴의 투지를 갖췄다. 세계 축구계에서 이젠 태극전사들이 두려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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