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월드컵]미리 가본 두번째 격전지 라이프치히

  • 입력 2006년 1월 2일 03시 00분


라이프치히=정재윤 기자. 사진제공 독일 월드컵 홍보국
라이프치히=정재윤 기자. 사진제공 독일 월드컵 홍보국

‘라이프치히로 나는 가리라. 전 세계가 ‘미니어처’처럼 축소돼 들어 있는 곳.’

한국이 6월 19일 오전 4시(한국 시간) 2006 독일 월드컵 G조 2차전 프랑스와 맞붙는 장소인 라이프치히는 극작가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이 말했던 것처럼 여전히 찬란하고 다채롭다. 중부유럽 교통의 요지로 중세부터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로 발달했다. 괴테와 니체가 라이프치히대에서 수학했고 바흐가 이곳에 묻혀 있다.

루터가 1519년 종교개혁 논쟁을 벌인 곳도, 1989년 가을 구동독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평화 혁명’이 열려 독일 통일을 이끈 곳도 바로 이곳 라이프치히다. 축구라고 빠질쏘냐.

▽독일 축구의 성지=1900년 독일축구협회가 이곳에서 설립됐으며 1903년 첫 독일컵 우승팀도 라이프치히였다. 1956년 개장된 첸트랄슈타디온은 무려 10만 명을 수용하는 독일 최대의 경기장이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4만4000여 석 규모의 축구전용경기장을 옛 경기장 안에 새로 지었다.

▽바흐의 숨결=라이프치히는 음악의 도시다. 바흐가 오르간을 연주하며 소년성가대를 이끈 ‘성 토마스 교회’는 필수 관광코스. 독일을 대표하는 ‘오페라 하우스’, 세계 최고(最古)의 민간 오케스트라이며 멘델스존, 차이코프스키, 바그너 등이 지휘자로 활약했던 ‘게반트하우스’ 등이 모두 근처에 있다. 유럽 최대 규모의 ‘라이프치히 중앙역’은 그 자체가 볼거리로 지하엔 대규모 쇼핑센터가 있다.

▽따뜻한 추억과 정=라이프치히는 월드컵 개최 도시 열두 곳 중 유일한 구동독 지역. 구서독과는 또 다른 매력이 넘친다. 괴테의 ‘파우스트’의 무대가 된 ‘아우어바흐스 켈러’ 등 유명한 술집과 훌륭한 레스토랑도 많다.

이곳에서 4년째 거주하고 있는 유학생 조현미(28·라이프치히대) 씨는 “라이프치히는 살수록 매력적인 도시”라며 “구동독 지역 사람들은 아직 순박하고 왠지 한국인처럼 정이 많다”고 말했다.

라이프치히=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라이프치히-하노버 유학생 권창호-김보영씨▼

“우와, 라이프치히와 하노버야. 야호!”

브라운슈바이크대에서 스포츠경영학을 전공하는 권창호(28) 씨와 라이프치히대에서 박람회(Messe)학을 공부하고 있는 김보영(27·여) 씨.

독일의 축구 마니아 권창호 씨(왼쪽)와 김보영 씨. 라이프치히=정재윤 기자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9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월드컵 조 추첨을 TV로 지켜보다 환호했다. 한국대표팀이 두 사람이 거주하는 도시에서 경기를 치르기 때문. 권 씨가 사는 브라운슈바이크는 하노버(스위스전)까지 기차로 30분 정도, 라이프치히(프랑스전)도 2시간이면 갈 수 있다.

연말을 맞아 라이프치히의 김 씨를 찾은 권 씨는 “지금부터 응원 계획을 세워야지요. 독일 친구들도 한국에 관심이 많아요. 독일 친구들과 함께 응원 갈 거예요.”

두 사람은 중앙대 독문과 97, 98학번 선후배 사이. 대학 때 함께 축구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권 씨는 주전 스트라이커로 김 씨는 팀 주무로 활약했다.

독일로 유학 와 서로 다른 도시에 있으면서도 틈날 때마다 안부를 주고받는다고.

권 씨는 축구가 좋아 ‘축구 경영’을 공부하겠다고 독일까지 날아 왔을 정도.

“이번 학기에도 이론 수업 7과목에 축구, 배드민턴, 유도 등 실기 4과목, 게다가 응급처치 자격증까지 따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그는 또 “처음 경기장을 찾았을 때는 충격이었어요. 너나 할 것 없이 2시간 내내 일어서서 끝없이 응원가를 부르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권 씨의 축구 얘기를 한참 듣던 김 씨가 거든다.

“구동독 지역인 라이프치히는 구서독에선 느끼기 힘든 정(情)이 있어요. 프랑스 응원단이 많이 오겠지만 걱정 없어요. 저희들이 힘껏 응원할 테니까요.”

라이프치히=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