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희섭 ‘플래툰’서 빠져야 할 이유

  • 입력 2005년 5월 9일 18시 24분


코멘트
혹시나 하고 가슴을 졸였지만 이번에도 역시였다.

최희섭은 주말 2경기에서 7타수 4안타에 2홈런 3타점 4득점의 맹타로 타격감이 절정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LA다저스 짐 트레이시 감독은 9일 가차 없이 그를 뺐다. 신시내티가 왼손 에릭 밀턴을 선발로 내자 오른손 올메도 사엔즈를 1루수로 기용한 것. 아마도 최희섭은 10일 세인트루이스전에도 나오지 못할 것 같다. 이날은 메이저리그 대표 좌완인 마크 멀더가 등판하는 날.

사실 최희섭이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풀타임 빅 리그 첫해인 2003년 시카고 컵스에선 에릭 캐로스, 지난해 전반기 플로리다에선 윌 코데로, 후반기 다저스에선 숀 그린과 1루를 나눠야 했다. 주전을 꿰찬 올해도 사정은 비슷해 5타수 4안타와 만루홈런을 친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과 30일에도 벤치를 지켰다.

이른바 플래툰 시스템의 대표적인 희생양인 셈.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이참에 다저스의 1루 플래툰에 대한 유감을 밝히고자 한다.

왼손과 오른손이든 공격과 수비 전문이든 여러 경우가 있지만 모든 플래툰에는 철저한 데이터 야구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실제 최희섭은 4년간 왼손투수 상대 타율이 0.129(62타수 8안타)에 불과하다. 오른손을 상대로 한 0.243(573타수 139안타)의 절반 수준. 왼손이 나오면 빠져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최희섭의 타석별 타율. 최희섭은 첫 타석에선 타율이 0.196에 그쳤다. 이 중 상대 투수가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바뀌었을 때 나오는 대타 성공률은 25타수 무안타. 하지만 상대 투수의 공이 눈에 익기 시작하는 두 번째 타석은 0.293, 세 번째 타석은 0.299로 타율이 껑충 뛴다.

이 데이터는 최희섭은 선발로 나갈 경우 경기 중후반에 활약이 기대되는 슬로 스타터란 것을 뜻한다. 만약 최희섭이 왼손투수를 상대로 두 타석 이상을 칠 기회를 잡는다면 어떻게 될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으면서도 팀 운용과 관련해 팬들에게서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트레이시 감독이 과연 이 사실을 아는지 궁금하다.

zangpab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