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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9월 15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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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런 전화를 하는 골프팬이 많다. 박세리의 끝 모를 추락을 안타까워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팬들이 걱정할 만큼 박세리(27·CJ)의 슬럼프는 지독하다. 그런 그가 결국 ‘시즌 중 한 달간 휴가’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지난주(존Q해먼스호텔클래식)를 쉰 박세리는 당초 17일 개막하는 세이프웨이클래식에 엔트리를 제출한 상태였으나 대회를 이틀 앞둔 15일 벌금(500달러)까지 물며 갑자기 출전을 포기했다. 다음달 14일 개막하는 2004삼성월드챔피언십 직전 주까지 내리 4개 대회를 불참할 생각이다.
박세리가 이처럼 많은 대회에 빠지는 것은 미국 진출 이후 처음. 도대체 박세리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총체적 난국=올시즌 박세리의 성적은 참담하다. 15개 대회에 출전해 겨우 톱10(우승 1회) 5차례. ‘무관’이었던 2000년에도 톱10엔 11차례나 올랐다.
우승상금(33만달러)이 메이저급이었던 미켈럽울트라오픈에서 1승을 거둔 덕택에 상금랭킹은 8위에 올라 있지만 미국 진출 이후 7시즌 만에 최악의 성적표다.
특히 7월 에비앙마스터스 3라운드에서는 9오버파 81타를 쳤다. ‘천하의 박세리’가 80타대를 친 것은 지난해 US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컨디션 난조로 82타를 친 이후 1년 만이자 통산 3번째.
올시즌 드라이버샷 적중률이 148위(61.2%)로 떨어질 만큼 극도로 부진한 탓에 그린 적중률도 24위(69.2%)로 처졌고 평균 퍼팅까지 30.13타(공동 86위)로 고전하고 있다.
▽부진의 원인은?=박세리는 “특별한 원인이 없다”며 “그래서 더 미칠 지경이다”라고 하소연한다.
“연습장에선 물론 연습라운드에서도 방향성과 거리감 모두 환상적입니다. 그런데 실전에 들어서기만 하면 생각이 많아져 터무니없는 미스샷이 나오네요. 지난 동계훈련 때 얼마나 열심히 훈련했는데….”
항간에서는 ‘명예의 전당’ 입성을 확정지은 후 ‘헝그리 정신’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는 정상에 올라본 선수의 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박세리는 “대회에 출전하는 목표는 항상 우승이에요. 예선탈락의 참담함을 아시나요”라며 정신력이 해이해졌다는 평가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한다.
▽극약 처방=기술적인 면에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전담코치 톰 크리비와 박세리는 한 달간 심리치료사를 고용해 성적에 대한 강박관념과 초조함을 치료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최근 컷오프를 면하는 데 급급한 상황에서 대회 출전을 계속하는 것은 오히려 해롭다는 판단 때문.
현재 플로리다주 올랜도 집에 머물고 있는 박세리는 무조건 휴식을 취한다는 계획이다. ‘당분간 골프를 잊고 지내라’는 심리치료사의 당부 때문이다.
‘멘털스포츠’로 불리는 골프는 선수의 심리상태가 경기력을 좌우한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전담 심리학자까지 고용해 매주 생체리듬과 심리상태를 점검하면서 97년 벨캐나디안오픈 이후 올해까지 131개 대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진기록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 박세리 미국LPGA투어 성적 (2004시즌은 9월 15일) | ||||
| 연도 | 우승 | 톱10 | 예선탈락 | 상금랭킹(달러) |
| 1998 | 4 | 8 | 1 | ②(87만2170) |
| 1999 | 4 | 10 | 4 | ③(95만6926) |
| 2000 | 0 | 11 | 2 | ⑫(55만376) |
| 2001 | 5 | 12 | 1 | ②(162만3009) |
| 2002 | 5 | 17 | 0 | ②(172만2281) |
| 2003 | 3 | 20 | 1 | ②(161만1928) |
| 2004 | 1 | 5 | 2 | ⑧(64만8860) |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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