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106일만의 승리

  • 입력 2004년 8월 27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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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여 팬들의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7회 마운드를 내려간 박찬호(31·텍사스 레인저스)는 팬들의 환호에 모자를 벗어 답례했다.

27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아메리퀘스트필드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미네소타 트윈스전. 5월 20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 이후 99일 만에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은 박찬호는 6이닝 동안 탈삼진 4개에 4안타 3볼넷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선발로 6이닝 이상 던지고 3자책점 이하로 막는 것)’를 하며 팀의 8-3 승리를 이끌었다.

박찬호가 승리를 따낸 건 5월 13일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전 이후 106일 만이며 홈구장 승리는 2002년 9월 13일 시애틀 매리너스전 이후 무려 713일 만이다.

벅 쇼월터 감독의 지적처럼 박찬호의 운명을 뒤바꾼 건 1회였다. 1회 2안타와 볼넷으로 1사 만루에 몰리며 불안한 출발을 한 박찬호는 삼진과 가운데 뜬 공으로 위기를 벗어나며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이후 2회와 3회 연속 삼자범퇴 등 편안한 피칭으로 상대를 요리했고 텍사스 타선은 4회까지 7점을 뽑으며 제때 지원사격. 6회 2안타와 볼넷 1개로 2실점했지만 점수차가 커 승리를 따내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날 84개의 공을 던진 박찬호는 직구 스피드 평균 91, 92마일(147, 148km)을 유지했으며 최고 스피드는 95마일(153km)을 기록. 전체적으로 직구보다 코너워크에 신경 쓴 변화구 위주의 피칭이었고 전보다 간결해진 투구 폼이 눈에 띄었다.

경기를 끝낸 뒤 박찬호는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와서 오늘 처음으로 느낀 게 있다. 지금까진 팬들의 성원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는데 갑자기 국민들이 내 뒤에서 함께 던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을 채는 느낌이 강해졌고 힘도 더 생겼다”고 말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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