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골병공장’ 배드민턴

  • 입력 2004년 8월 17일 20시 42분


새털처럼 가벼운 셔틀콕을 치는데 무슨 부상이냐구? 천만의 말씀이다.

무게 5g, 길이 90mm에 불과한 셔틀콕을 치지만 배드민턴은 선수들의 뼈를 녹아나게 할 만큼 과격한 운동이다. 배드민턴 국가대표로 몇 년을 뛰고 나면 온 몸이 부상병동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국가대표팀 전속 물리치료사인 박용제(35·삼성전기)씨에 따르면 선수들은 스매시를 하기 위해 허리를 뒤로 젖히며 높이 점프해 강한 어깨 회전으로 셔틀콕을 강타, 순간 최고시속 260km의 스피드를 만들어낸다는 것. 또 다리와 허리를 급격하게 굽히는 동작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과정에서 온몸에 무리가 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축구처럼 격렬하게 몸을 부딪치지는 않지만 순간적으로 몸의 근육을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특정부위를 지나치게 혹사시켜 목과 등, 허리 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이 배드민턴 선수들의 현실.

특히 공중에 떴다가 착지할 때 충격을 가장 많이 받는 허리와 엉덩이의 경계선상에 있는 4, 5번 요추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좋은 상태가 아니다.

초등학교 4년 때부터 배드민턴을 시작, 20년 넘게 라켓을 잡고 있는 김동문(삼성전기)이 무더위가 한창인 아테네 선수촌에서도 옥매트를 깔고 잠을 자는 이유도 이 때문.

박씨는 “가벼운 셔틀콕을 치는 스포츠라 부상이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선수의 몸이 온전하다면 거짓말”이라며 “8강에서 탈락한 김동문과 나경민은 금메달에 대한 정신적 부담과 오랜 세월 선수생활에 녹초가 된 신체의 피로가 겹쳐 더욱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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