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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6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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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펜싱 대표팀 24명이 캄캄한 산길에 내렸다. 묘지가 지척에 보이는 으스스한 분위기. 왕복 2시간짜리 산길을 선수들은 손전등도 없이 10분 간격으로 출발했다. 여럿이 가도 무서울 판에 혼자서 가야하니 여름이지만 등허리에 소름이 돋을 판.
이른바 담력훈련이다. 낙오자를 체크하기 위해 미리 산 정상과 중턱 출발점에 자리잡은 김영호 코치(33) 등 3명의 코칭스태프도 담력을 키운 것은 마찬가지.
“아테네올림픽 결승에 올라가서도 떨지 말라고 공동묘지 담력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실력이 모자라 지면 어쩔 수 없지만 담력이 약해서 지는 일은 없어야죠.”
2000년 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코치는 “올림픽이 선수들에게 주는 부담감은 엄청나다. 이번 훈련이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아테네로 출발하기 직전 한 차례 더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LPGA투어 진출 첫 해인 98년 4승을 거두며 세계적인 골프선수로 자리매김한 박세리(CJ)도 주니어시절 ‘공동묘지 담력훈련’으로 배포를 키운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색훈련의 선두주자는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11개를 수확한 양궁 대표팀. 양궁은 경기 특성상 정신적인 면이 성적에 큰 영향을 스포츠. 이 때문에 새벽 명상은 기본이고 갖가지 희한한 극기, 담력훈련을 실시해왔다.
10m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기, UDT훈련, 4시간 말 안하고 걷기…. 지난 5월31일에는 전방 군부대 철책선 근무로 정신을 재무장했다. 아테네올림픽의 수많은 관중 앞에서 평정을 유지하기 위한 훈련도 준비중. 최근 잠실야구장에서 프로야구 경기 시작 전 관중들이 보는 가운데 평가전을 열 계획이었으나 비로 취소되는 바람 경륜장 실전훈련을 계획 중이다.
‘사격 요정’ 강초현(24)은 지난해 대표선발전을 앞두고 11m높이에서 외줄낙하 훈련을 했다. 11m는 사람이 가장 공포심을 느끼는 높이. 당시 훈련을 마친 강초현은 “불과 1,2점차로 메달 색깔이 바뀌는 사격은 기술보다는 심리적인 면이 중요한데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고 털어놨었다.
지난해 삼성생명 농구단은 한밤에 한 명씩 산속 폐가로 가 모자를 집어오는 담력훈련을 했다. 호화멤버를 보유하고도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지는 게 선수들의 정신력 때문이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 결과 지난 겨울리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으니 훈련 효과는 본 셈이다.
이밖에 군부대 입소 극기훈련은 웬만한 선수들이면 한번씩 다녀온 단골메뉴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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