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6월 1일 18시 3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모리스 그린(30·미국)이 총성과 함께 질풍처럼 트랙을 차고 나가 2, 3위 저스틴 게이틀린(9초91)과 존 카펠(10초07·이상 미국)을 멀찍이 따돌리며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전광판에 뜬 그린의 기록은 9초78. 2002세계선수권대회에서 팀 몽고메리(미국)가 수립한 세계기록의 타이기록이었다.
아쉽게도 그린의 기록은 공인받지 못했다. 경기장 내 뒷바람이 초속 3.7m로 공인 기준(초속 2m 이하)을 넘었다는 이유. 그래도 그린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지난해의 부진을 털고 8월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을 자신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린의 이날 기록은 풍속을 감안해 정상 기록으로 환산하면 9초94. 그린은 “바람이 불지 않았으면 더 빠를 수 있었다. 바람이 오히려 피니시라인 스퍼트를 방해했다”고 아쉬워했다.
97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그린은 2001년 대회까지 세계선수권대회를 3연패하며 칼 루이스(미국) 이후 최고의 스프린터로 각광받은 육상 스타. 99년 수립한 9초79는 몽고메리의 세계기록이 나오기 전까지 3년간 부동의 최고기록이었고 2000시드니 올림픽 금메달도 그에게 돌아갔다.
지난해는 그린에게 최악의 시즌. 고질적인 무릎부상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10초37(7위)에 그쳐 결승에도 오르지 못하고 탈락했다. ‘한물 간 선수’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그러던 그린이 올해 ‘총알 탄 사나이’의 위용을 되찾았다. 2주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대회에서 9초86(뒷바람이 초속 4.6m로 비공인), 이어 이번엔 비공인 세계타이기록. 이만하면 완벽한 부활 신호다.
올 시즌 1위(10초02·4월 캘리포니아육상대회)와 2위(10초04·5월 일본 그랑프리대회) 기록도 모두 그린이 세운 것.
그린의 재기로 아테네 올림픽 남자 100m 대결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 전문가들은 아테네 올림픽 100m 우승 후보로 그린과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킴 콜린스(세인트크리스토퍼 네비스),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신예 대럴 브라운, 미국의 샛별 저스틴 게이틀린 등을 꼽고 있다.
세계기록 보유자 몽고메리는 약물 사건에 휘말려 출전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고 유럽챔피언 드웨인 챔버스(영국)는 약물 복용 사실이 확인돼 평생 올림픽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당했다.
한편 이날 네덜란드 헨겔로에서 열린 FBK육상대회 남자 5000m에선 에티오피아의 케네시아 베켈레(21)가 12분37초35로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종전 세계기록은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의 12분39초36.
![]() |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