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구기자의 장외홈런]비거리논쟁 지핀 ‘승엽 150m 장외포’

  • 입력 2004년 4월 5일 18시 44분


이승엽이 일본 데뷔 첫 홈런을 왕년의 홈런왕 오 사다하루(왕정치)가 지켜보는 앞에서 화끈한 장외포로 장식한 4일. 현장의 한국 기자단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진땀깨나 흘려야 했다.

이유는 홈런의 꽃인 비거리가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 일본은 한국이나 미국과는 달리 홈런 비거리를 공식기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물론 한국은 미리 입력한 자료를 바탕으로 컴퓨터가 1피트(30.48cm) 단위까지 정확한 거리를 산출해내는 미국과 달리 공식기록원이 눈짐작으로 5m 단위의 주관적인 판정을 내리긴 한다.

일본 센트럴리그도 기록원이 눈짐작으로 기록지에 비거리를 적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참고기록일 뿐이다. 이승엽이 뛰고 있는 퍼시픽리그는 이조차도 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각 구단과 언론이 발표하는 홈런 비거리는 들쭉날쭉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날 이승엽의 타구가 워낙 쏜살같이 날아가 중계 카메라조차 낙하지점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현장에 있던 니칸스포츠의 인터넷 기록원은 비거리를 실제보다 35m나 적은 115m라고 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구장 안에서 공을 주운 관중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타구는 외야 관중석 뒤의 담벼락 공간 사이로 빠져나가 주차장에 세워놓은 승용차 뒤 유리창에 구멍을 냈던 것. 이 바람에 이승엽의 홈런은 일본에선 처음으로 실측에 의한 비거리 측정이 가능해졌다. 지바 롯데 관계자들이 테이프로 측정한 결과 정확하게 150m가 나와 일본 열도가 다시 한번 놀랐다.

비공인이긴 하지만 퍼시픽리그의 홈런 비거리 최고기록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6월 14일 지바 마린구장에서 터진 세이부 용병 홈런왕 알렉스 카브레라의 160m. 이를 두고 당시 일본 언론에선 많게는 20m까지 차이가 났다.

이제 일본은 이승엽의 초대형 홈런으로 새로운 비거리 논쟁에 휩싸이게 됐다. 아시아 최고 스타로 손색이 없는 이승엽의 힘찬 출발에 야구칼럼 ‘장외홈런’을 쓰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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