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풀코스 3번만에 ‘무명만세’…여자부 우승 이은정

  • 입력 2004년 3월 14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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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의 역주 끝에 2004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5회 동아마라톤 여자부에서 1위로 결승테이프를 끊은 이은정(충남도청). 그는 6초 차로 한국기록 경신에는 실패했지만 한국여자마라톤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특별취재반
혼신의 역주 끝에 2004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5회 동아마라톤 여자부에서 1위로 결승테이프를 끊은 이은정(충남도청). 그는 6초 차로 한국기록 경신에는 실패했지만 한국여자마라톤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특별취재반
‘아! 6초.’

이은정(23·충남도청)은 잠실주경기장으로 들어서는 입구인 41.3km 지점에서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워르크네시 톨라(에티오피아)를 따돌리고 1위로 나서면서 지난 겨울의 지옥훈련이 떠오른 것. 잘 나가는 실업팀 선수도 아니고 기록도 변변치 않은 그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때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신발끈을 고쳐 맸다.

14일 열린 2004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5회 동아마라톤 여자부에서 이은정이 1위로 골인하면서 수립한 2시간26분17초는 권은주(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최고기록(2시간26분12초)보다 불과 5초 늦은 것. 이은정은 막판에 페이스가 떨어져 7년 묵은 한국기록 경신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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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록에 대한 욕심은 없었어요. 2시간28분대가 목표였거든요. 결승선에 들어와 쓰러졌는데 감독님이 ‘6초만 더 당겼더라면…’하시며 아쉬워하더라고요. 아깝지만 아테네에서 깨면 되죠 뭐.” 105리 길을 달린 이은정의 왼쪽 발바닥은 온통 물집투성이. 그래도 그은 올림픽티켓을 얻은 것만으로 만족한다며 해맑게 웃었다.

이은정은 1월 5일부터 제주도전지훈련을 시작으로 2개월이 넘도록 하루 최고 50km를 달리는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이날 레이스에서 15km 지점까지 장수징(중국)과 톨라에 59초나 뒤져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던 것도 체력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 25km부터 스퍼트, 30km 지점에서 선두그룹에 합류해 톨라와 나란히 레이스를 벌이게 되자 “이젠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이번이 풀코스 3번만의 우승이다.

이은정은 일본의 마라톤 여왕 다카하시 나오코를 좋아한다. “마냥 달리는 것이 좋다”는 다카하시의 말이 이은정의 마음과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지. 농사짓는 이대형(53) 김동숙씨(51)의 3녀 중 둘째인 이은정은 충남 서산시 산성초등학교 시절 늦잠 때문에 늘 집에서 7km 떨어진 학교까지 뛰어다녔다. 그래도 이은정은 들길 따라 달리는 게 마냥 좋았다. 서산시 성연중학교 1학년 때 육상에 입문한 것도 오직 달리고 싶은 마음 때문. 이은정은 중고교시절 800m와 1500m를 휩쓸며 한국 육상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그는 서산농공고 3년 때 슬럼프에 빠졌다. 그게 오히려 약이 됐다. 주종목을 하프마라톤으로 바꾸면서 고기가 물을 만난 듯 기록이 하루가 다르게 단축됐다. 1m64, 48kg으로 마라톤을 하기에 딱 맞는 체격을 갖춘 데다 중장거리와 하프마라톤으로 다져진 스피드가 좋았던 것.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은정이 한국 여자마라톤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은정은 “아테네올림픽 코스가 힘들다고 하지만 한국 최고기록을 깬다는 각오로 뛰면 메달도 따라올 것으로 믿는다”며 각오를 다졌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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