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빗장걸린 '손기정 기념관'

  • 입력 2003년 11월 14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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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 기념관’이 10년 동안이나 사실상 폐쇄상태다.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회관 과학관 1층에 있는 ‘손기정 기념관’은 13일 철제 새시로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기념관 관리 담당자는 “평소에는 문을 닫아 놓고 사전에 관람 요청이 있을 때만 문을 연다”고 말했다.

기념관이 처음 문을 연 것은 1977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어린이에게 꿈을 주자’는 제안에 손 선생은 자신이 그동안 모아 둔 소중한 기념품들을 ‘육영재단’에 무료로 내놓았던 것.

그러나 육영재단은 93년 ‘재정 부족’을 이유로 문을 닫았고 그 뒤 몇 번이나 “곧 개관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차일피일 미뤄왔다. 지난해 11월 초 손 선생이 의식불명에 빠졌을 때엔 “11월 중 개관 하겠다”고 서둘러 언론에 발표하기도 했다.

고인의 딸 문영씨(62)는 “기념관 생각만 하면 돌아가신 아버지께 죄송스럽고 가슴이 턱하니 막힌다”면서 “지난해 장례식 때 재단측에 ‘메달과 상장을 잠깐 빌려 달라’고 하자 ‘다시 돌려줄지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울먹였다.

이에 대해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김문구 관장은 “운영비와 귀중한 자료인 월계관, 청동투구 등의 보관방법이 결정되지 않아 개관이 늦어졌다”며 “월 500만원 정도의 관리비가 확보되면 최대한 빨리 개관 하겠다”고 말했다. 212평 규모의 기념관엔 손 선생 관련 유품과 기념품 136점이 보관돼 있으며 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으로 받은 월계관과 청동투구 등은 따로 보관하고 있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15일 손기정선생 추모식▼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는 15일 오전 10시 대전 국립묘지에서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손기정 선생의 1주기 추모식을 갖는다. 이연택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과 대한육상경기연맹 임원, 92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황영조 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 선수 등이 추모식에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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