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허석호, 브리티시오픈 3R 공동 8위

  • 입력 2003년 7월 20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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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Ho’란 낯선 이니셜이 사흘 내내 순위표 상단을 지켰다.

‘S.H. Hur’ 대신 일본투어에서 쓰고 있는 대로 ‘S.K. Ho’라는 이름으로 출전한 허석호. 일본에서 그의 성인 ‘허’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 ’호‘로 바꿔 적었고 ‘석호’라는 이름도 발음이 비슷한 약자 ‘SK’를 썼다.

일본투어 상금랭킹 10위 자격으로 출전한 허석호는 세계무대에선 무명선수. 그러나 그가 일으킨 돌풍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당당하게 세계 최고의 스타들과 맞선 그는 한국 골프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향한 마지막 승부에 들어갔다.

제132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 1R 2R 3R

20일 오전 영국 샌드위치 로열 세인트조지스GC(파71·7106야드)에서 열린 제132회 브리티시오픈 3라운드.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골프대회에 출전한 허석호(30·이동수패션·ASX)는 버디 2개와 보기 3개로 1오버파 72타를 쳤다.

중간합계 2오버파 215타로 전날 공동 2위에서 공동 8위로 다소 주춤했으나 3일 연속 ‘톱10’. 1언더파의 단독 선두 토마스 비요른(덴마크)과는 3타차이며 5명의 공동 3위 그룹을 1타차로 쫓고 있어 마지막 라운드에서 얼마든지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 한국 남자프로골퍼의 역대 브리티시오픈 최고성적은 김승학(현 한국프로골프협회장)이 1973년에 세운 공동 28위(합계 273타). 그 해묵은 기록이 30년 만에 허석호의 손에 바뀔 날이 눈앞에 다가왔다.

나흘간의 대회 기간 가운데 순위 변동이 가장 심하다는 ‘무빙데이’인 이날 심술궂은 강풍마저 잠잠해지면서 움츠러들었던 강호들이 대거 상위권으로 뛰쳐나왔다. 강자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허석호는 ‘나는 잃을 게 없다’는 듯 미소까지 버금은 채 달 표면 같은 험난한 코스를 헤쳐 나갔다. 티샷의 페어웨이 안착률이 2라운드 71.4%에서 28%로 뚝 떨어져 러프와 싸우느라 고전했지만 퍼팅수는 전날보다 2개 줄여 31개로 마무리했다.

올 미국PGA투어에서 3승을 거둔 데이비스 러브3세(미국)와 같은 조로 라운딩한 허석호는 1번홀(파4)에서 보기를 했으나 4번홀(파4) 버디로 만회한 뒤 6번홀(파3)에서 다시 한 타를 줄였다. 하지만 7번홀(파5)에서 1.5m 버디 퍼팅을 놓친 데 이어 8번홀(파4)에서 5m 버디퍼팅이 컵을 살짝 비켜가면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결국 9번홀(파4)에서 2온3퍼팅으로 한 타를 잃더니 15번홀(파4)에서 다시 보기를 해 아쉬움을 남겼다.

3년 전 두바이 데저트클래식에서 타이거 우즈(미국)에게 보기 드문 역전패를 안겼던 ‘호랑이 킬러’ 비요른은 11개홀 연속 파행진에 힘입어 2타를 줄여 유일하게 언더파 스코어를 유지했다. 러브 3세는 이븐파로 1타차 단독 2위. 우즈는 전반에만 이글 2개를 잡는 집중력을 앞세워 2타를 줄여 합계 1오버파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비제이 싱(피지) 등과 공동 3위에 올라 역전승 의지를 보였다.

최경주(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는 합계 8오버파로 공동 44위.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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