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한국마라톤 위해…” 손잡은 라이벌

  • 입력 2003년 5월 22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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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마음” 코오롱 정하준(오른쪽)감독과 삼성전자 오인환감독이 서로 손을 굳게 잡은 채 “한국마라톤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지”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인천공항=변영욱기자
“우리는 한마음” 코오롱 정하준(오른쪽)감독과 삼성전자 오인환감독이 서로 손을 굳게 잡은 채 “한국마라톤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지”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인천공항=변영욱기자
“형님, 잘 해보십시다.” “그래. 있는 힘을 다해 금메달 한번 만들어보자.”

한국 마라톤에서 ‘껄끄러운 관계’였던 삼성전자와 코오롱이 손을 맞잡았다.

오인환 삼성전자 남자팀 감독(44)과 정하준 코오롱 감독(51)은 8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대비, 현지와 전지훈련장소 답사를 위해 22일 함께 출국했다.

‘두 마라톤팀 감독이 손을 잡은 게 뭐 그리 대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삼성전자와 코오롱은 다르다.

삼성전자는 99년 10월 팀이탈 사건을 일으킨 이봉주 등 당시 코오롱 선수들을 주축으로 2000년 3월 마라톤팀을 창단했다.

정 감독과 오 감독도 한때 코오롱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 이런 관계이니만큼 그동안 두 팀의 관계가 매끄러울 수는 없었다.

양 감독은 얼마 후 서먹함은 풀었지만 이후에도 마라톤 주도권을 놓고 삼성전자와 코오롱은 서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그런 마당에 두 팀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위해 공조체제를 구축하기로 한 것은 마라톤계에선 일대 ‘사건’.이번 대회는 한여름인 8월30일 오후 2시 땡볕 속에서 출발하는 데다 코스 또한 ‘지옥의 코스.’ 출발시간 평균기온이 섭씨 28도에 육박하고 32km지점부터 내리막 오르막이 반복된다.

양 감독은 코스분석, 무더위 대처 방법에 머리를 맞대고 일정이 맞으면 고지훈련도 함께할 계획.

삼성전자의 선두주자는 한국 마라톤 간판스타 이봉주(33), 코오롱 대표는 떠오르는 신예 지영준(22). 모두 더위에 강한 이들은 서로 끌어주며 사상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에 도전할 계획.

오 감독은 “우리는 선수를 키우는 지도자일 뿐이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봉주가 됐든 영준이가 됐든 한국이 마라톤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감독도 “두 선수가 호흡을 맞춰 좋은 결과를 내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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