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4사구 7개… 박찬호 자멸

  • 입력 2003년 4월 28일 17시 40분


“볼넷을 내주는 것보다는 안타를 맞는 게 낫다. 볼넷을 내주면 수비하고 있는 동료들이 짜증을 내기 때문이다. 볼카운트가 스리볼에 몰리면 무조건 한가운데로 던진다.”

뉴욕 메츠의 서재응(26)이 밝히는 ‘칼날 제구력’ 비밀은 의외로 간단하다. 동료 야수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볼넷허용은 마운드에서 그가 지독히 싫어하는 것 중 하나. 맞든 안 맞든 일단 스트라이크를 꽂고 보는 스타일이다.

서재응은 28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연속경기 2차전에서 의미있는 기록을 하나 세웠다. 1회 2사후 볼넷을 내줘 지난해 빅리그에 입문한 뒤 쌓은 연속이닝 무볼넷 기록을 24이닝에서 멈췄지만 메이저리그 데뷔 후 103타자 상대 무볼넷으로 이 부문 신기록을 세웠다. 적어도 컨트롤에 있어서만은 ‘제구력의 마술사’ 그레그 매덕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부럽지 않은 정상급 투수라는 게 증명된 셈.

볼넷이 적은 대신 서재응은 안타를 많이 맞는다. 올해 28과 3분의1이닝 동안 39안타를 허용해 이닝 당 1.38개나 되는 안타를 내주고 있고 피안타율도 무려 0.328에 달한다. 그래도 쓸데없는 볼넷으로 누상에 주자를 모아주지 않으니 올 시즌 평균자책은 3.18로 수준급이다.

뉴욕 메츠 서재응

이날 경기에서도 서재응은 6이닝 7안타 1볼넷 3실점(자책점 0)으로 ‘퀄리티 피칭(선발로 6이닝 이상 던지고 3점 이하로 막는 것)을 했다. 야수들이 5개의 무더기 실책을 하는 바람에 시즌 2패째(1승)를 안았지만 서재응은 애리조나의 에이스 랜디 존슨(6이닝 9안타 2실점)과 대등한 피칭으로 경기를 끌고 나갔다.

서재응과 가장 대비되는 투수가 바로 박찬호(30·텍사스 레인저스). 투구밸런스를 완전히 잃어버린 그는 올 시즌 27과 3분의2이닝 동안 4사구가 27개나 돼 이닝 당 1개꼴이다. 이 가운데 상대타자의 몸에 맞춘 볼이 6개로 메이저리그 최다.

모처럼 텍사스 알링턴구장에 만원관중(4만9544명)이 모인 28일 뉴욕 양키스전에서도 박찬호의 ‘짜증나는’ 투구는 계속됐다. 1회 등판하자마자 연속 9개의 볼을 던진 뒤 간신히 첫 스트라이크를 넣자 팬들은 ‘조롱섞인’ 박수를 보낼 정도였다.

선발 4이닝 동안 4사구 7개에 4안타(1홈런)로 5실점. 투구수 92개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절반도 안되는 44개였고 4차례나 4사구로 선두타자를 출루시켰다. 5회에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선두타자를 내보내자 텍사스의 벅 쇼월터 감독은 인내력이 한계에 달한 듯 붉어진 얼굴로 마운드로 달려가 공을 빼앗았다.박찬호는 3회 양키스 몬데시에게 3점 홈런을 맞은 뒤, 그리고 5회 팬들의 야유 속에 강판될 때 묘한 웃음을 머금었다. 자조(自嘲)의 의미였을까.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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