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107년 코스… 섭씨 20도… 30만 환호…2003보스턴마라톤

  • 입력 2003년 4월 22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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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김영태기자 완주기

보스턴마라톤은 ‘애국의 날’로 명명된 매년 4월 셋째 월요일에 열린다.

2003보스턴마라톤에서 ‘하트 브레이크 힐’을 오르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김영태 기자. 보스턴=김영태기자

보스턴 서쪽 매사추세츠주 홉킨턴을 출발해 보스턴 중심가로 들어오는 편도코스. 지금까지 107년동안 한번도 코스가 바뀌지 않았다.

보스턴 마라톤은 나이별 성별로 참가 기준기록이 엄격히 적용된다. 그래서 아마추어마라토너들에겐 참가자격을 얻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인 ‘꿈의 대회’다.

21일 낮 12시(미국 현지시간). 1만7567명의 참가자들은 기록 순으로 1천명 씩 그룹을 지어 출발했다. 앞으로 치고 나갈 수도 없고 뒤로 처질 수도 없는 틈새에 끼여 물 흐르듯 서서히 출발선을 빠져나가자 바로 내리막이 시작됐다.

30여만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길 양쪽에 늘어서서 고함을 지르며 우리를 격려했다.

응원하는 모습이 얼마나 진지한지 오로지 마라톤만 기다려온 사람들 같았다. 그 백미는 코스 중간쯤(20km지점)에 있는 힐러리 상원의원의 모교인 웰즐리여자대학교 앞. 탱크톱 차림의 여대생 수백명이 하이파이브를 해대는 바람에 손바닥이 얼얼했다.

응원 소리 또한 어찌나 크던지 한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렇게 응원하는 게 웰즐리여대의 전통이라나.

주자들 모습도 재미있다. 국기를 들고 뛰는 사람, 토끼 모자를 쓰고 뛰는 사람, 팔뚝에 이름을 새긴 사람 등 가지가지다.

26km지점부터는 뉴턴힐 이라고 불리는 오르막이 시작됐다. 힘이 빠진 주자들이 하나 둘씩 걷는 게 보였다. 난코스가 시작된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예년과 달리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가운데 섭씨 2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

완만한 오르막 세 개를 넘자 마지막 오르막 구간이 이어졌다.

그 유명한 ‘하트 브레이크 언덕(Heart Break Hill)'. 높이 60m 남짓한 나지막한 언덕이지만 ‘마라톤의 벽’으로 불리는 32km지점에서 있어 힘이 바닥난 주자들에게는 ‘마의 구간’이나 다름없었다.걷는 사람이 훨씬 많아졌다.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힘겹게 ‘하트 브레이크 언덕’을 넘었지만 아직도 9km정도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함성에 도취돼 발은 저절로 앞으로 나아갔다.

드디어 골인지점 근처. 펄쩍펄쩍 뛰며 응원하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마지막 1km 정도를 전력으로 질주해 결승선을 넘어서자 발걸음은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았다.

‘아, 마라톤을 이렇게 재미있게 뛸 수도 있구나.’ 보스턴마라톤에게는 마지막 한 방울 남은 힘까지 쏟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yeongtae@donga.com

●한국인최고령 71살 한광수씨

‘보스턴에도 청양고추를...’ 한국 최고령 참가자 한광수(71)옹이 ‘청양고추·구기자’라는 글귀가 쓰인 머리띠를 두르고 보스턴마라톤을 완주한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보스턴=김영태기자

“보스턴에서 청양고추와 구기자 홍보를 원없이 했습니다.”

2003보스턴마라톤에 참가한 114명의 한국인 중 최고령인 한광수옹(71·사진). 그는 ‘청양고추 할아버지’로 불린다. 국내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 등과 머리에 ‘청양고추·구기자’라는 구호를 달고 달리기 때문.

이번 보스턴마라톤도 태극기 대신 ‘청양고추·구기자’라고 쓴 머리띠를 하고 3시간57분 만에 완주했다. 한옹의 풀코스 최고기록은 3시간42분. 장시간 비행기 여행에 따른 피로에 시차적응이 제대로 안돼 자신의 최고기록보다는 약간 뒤졌다.

교직을 정년퇴직한 후 취미로 시작한 마라톤이 이젠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일. 평소 청양고추와 구기자를 즐겨 먹는다는 한옹은 그동안 동아마라톤 등 국내대회 풀코스 4번 완주에 하프코스 40여회를 완주한 베테랑.

한옹은 “내년에는 아들내외가 살고 있는 뉴욕마라톤에 출전하겠다. 매년 한번씩은 해외 마라톤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스턴=김영태기자yeongtae@donga.com

●마스터스 이모저모

○…보스턴 마라톤 마스터스 부문에 한국은 미국 캐나다에 이어 3번째로 많은 114명이 참가. 매년 350여명씩 참가했던 일본은 이라크전과 사스 등의 영향으로 이번에 105명만 출전했다. 한국인 참가자 가운데 여성은 4명.

○…여성출전자 이경미씨(46·포항 상도중 교사)는 포항고 교사인 남편 김용수씨(48)가 응원차 따라와 눈길. 이씨는 “학생들에게 산지식을 알려 주는 것만큼 좋은 교육이 어디 있느냐”며 흔쾌히 출전을 허락해준 교장선생님에게 완주의 영광을 돌렸다.

○…한국인 참가자중 가장 많은 회원이 참가한 클럽은 포항마라톤클럽으로 모두 14명이 출전. 포항그린넷마 회원들도 6명이 참가해 포항에서만 모두 20명이 출전했다. 또 제일은행이 7명, 우리은행은 3명이 참가. 서브쓰리(2시간대 완주)는 포항마라톤클럽 이천수씨(2시간57분) 등 3명.

보스턴=김영태기자 yeongt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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