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철각 이봉주, "앞으로 5번 더 완주"

  • 입력 2003년 4월 14일 14시 14분


"아직 풀코스 완주 5번은 문제 없습니다."

'봉달이' 이봉주(33·삼성전자)의 체력은 마르지 않는 샘과 같다. 13일 열린 2003런던마라톤에서 풀코스를 29번째 완주했다. 모두 2시간7분대에서 12분대 기록이다. 30번 도전임을 감안하면 믿기지 않는 기록이다. 세계 마라톤 관계자들은 "괴물이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풀코스를 29번이나 완주하느냐"고 혀를 내두른다. 그런데 이봉주의 대답이 더 걸작이다. "완주는 100번도 더 할 수 있다. 기록이 문제일 뿐이다."

끝을 모르고 내달리는 이봉주. 그를 런던에서 만났다.

-29번 완주했는데 이제 뛰는 게 지겹지 않나.

"아쉽다.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었는데…. 아직은 체력이 달리지 않는다. 앞으로 풀코스 5번은 더 뛸 수 있다. 내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도전한 뒤에도 더 뛰겠다."

-한국 최고기록를 다시 한번 경신할 수 있겠나.

"기록이라는 게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다. 이번에 준비를 완벽하게 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막판에 눈치싸움을 하는 바람에 기록 단축 기회를 날려버렸다. 마라톤이라는 게 이렇다. 준비를 제대로 못했을땐 다른 선수들 기록이 좋다. 물론 한국 최고기록 경신를 다시 한번 도전할 것이다."

-뛸 때 무슨 생각을 했나.

"아들 생각했다. 나는 뛸 때 머리속에 가족의 얼굴을 그리는데 그때마다 힘을 받는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8월에 세계선수권이 있는데 아테네올림픽 때문에 출전할지는 미지수다. 세계선수권을 뛰면 자칫 올림픽 출전권을 놓칠 수 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마라톤은 뛴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8월에 세계선수권을 뛰면 올해는 뛸 수 없다. 그렇다면 내년 봄대회 하나로 출전권을 따야하는데 그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달렸다. 올 봄대회 기록(2시간8분10초)을 인정해준다면 세계선수권을 뛸 것이다."

-한국에 돌아가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애기를 돌봐주고 싶다. 그동안 와이프가 혼자 애를 보느라 너무 고생했다."

'봉달이'의 아기 사랑은 대단했다. 런던에도 이제 세상에 나온지 한달 보름이 된 아들 우석이 사진을 두장이나 가지고 와 매일 들여다보며 각오를 다졌다.

런던=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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