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재미교포 미셸위, 나비스코 3R 3위 돌풍

  • 입력 2003년 3월 30일 17시 20분


만 13세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았다.

1m83, 70㎏의 당당한 체구부터 그랬다. 샷 비거리도 엄청났다. 300야드가 넘는 드라이버샷은 갤러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의 푸나후스쿨 8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에 해당)에 다니는 재미교포 ‘골프신동’ 미셸 위(한국명 위성미).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 미션힐스CC 다이나쇼어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총상금 160만달러) 3라운드는 그를 위한 무대였다.

봄방학을 맞아 스폰서 초청 아마추어 선수로 출전한 미셸 위는 전날 미국 LPGA투어 메이저대회 사상 최연소 컷오프 통과 신기록을 세운 데 이어 이날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낚아 데일리 베스트 타이인 6언더파를 쳤다. 중간합계 4언더파로 선두 파트리샤 므니에 르부크(프랑스)에게 4타 뒤진 단독 3위. 2위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는 불과 1타 차다. 세계 정상의 프로만 출전하는 메이저대회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인데 이제 대회 첫 아마추어 우승도 노려볼 만하다.

미셸 위의 66타는 88년 캐롤린 케기(미국)가 수립한 대회 아마추어 18홀 최소타 타이 기록이자 미국 LPGA투어 18홀 아마추어 최소타 타이. 케기의 스코어는 이 대회 코스가 까다롭게 변경되기 전에 나온 성적이어서 미셸 위의 기록은 더욱 빛난다.

AP통신은 ‘소렌스탐이 핸디캡 45를 쳤고 르부크가 골프에 막 입문했던 나이의 미셸 위가 누구도 상상 못할 기량으로 여자 골프의 미래를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소렌스탐은 “할 말이 없다. 내가 그 나이 때 하던 것과 완전히 다른 수준의 골프를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호쾌한 장타를 앞세워 대부분의 파4홀에서 웨지로 그린을 공략하는 괴력을 보인 미셸 위는 아버지 위병욱 하와이대 관광경영학과 교수가 캐디백을 멘 가운데 2, 5, 7번홀 버디에 이어 9, 10, 11번홀에서 줄버디를 낚으며 선두권으로 도약했다.

4개의 파5홀에서 3타를 줄인 미셸 위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나이답지 않은 영리한 코스 공략으로 무리한 투온 작전 대신 서드샷을 컵 1m에 붙였으나 버디 퍼팅을 놓쳐 아쉬움을 남겼다.

미셸 위는 31일 새벽 챔피언조에서 르부크, 소렌스탐과 우승을 다툰다.

나비스코챔피언십 3라운드 성적
순위선수 스코어
1르부크-8208(70-68-70)
2소렌스탐-5211(68-72-71)
3미셸 위-4212(72-74-66)
4박세리-2214(71-72-71)
10고우순+1217(74-73-70)
20김초롱+3219(72-76-71)
27박희정+5221(73-74-74)
35송아리+6222(72-77-73)
한희원222(73-74-75)
48김미현+8224(75-76-73)
장 정224(75-73-76)
컷오프 탈락:박지은 송나리 펄신

▼박세리 6타차 공동4위

한편 박세리(CJ)는 이날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선두에 6타 뒤진 공동 4위로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 기록 달성이 부담스럽게 됐다. 일본투어에서 활동하는 고우순은 합계 1오버파로 공동 10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관중 많을수록 마음 더 편해요”…‘신동’ 미셸위 일문일답

‘미래의 여자 타이거 우즈’ 미셸 위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경기가 끝난 뒤 현지 언론의 기자회견 요청이 쏟아졌고 ABC TV와 골프전문 방송 ‘골프 채널’은 인터뷰를 생중계했다. 미셸 위는 꿈 많은 10대 소녀답게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미국 LPGA투어 공식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개된 인터뷰 내용.

―LPGA 메이저 최연소 컷오프 통과 신기록에 이어 아마추어 최소타 타이기록을 세운 소감은….

“오늘은 정말 잘 쳤다.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드라이버샷이 그렇게 멀리 갈 줄은 몰랐다. 하지만 버디 기회를 몇 차례 놓쳐 아쉽다.”

―학교 공부도 골프만큼 잘하는지.

“물론이다. 한 과목만 빼고 모두 A학점을 받았다. 내년에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대회 출전 횟수를 줄여야 한다. 수업을 빼먹지 않아야 우등생이 될 수 있다.”

―남자대회에 여러 차례 출전한 경험이 도움이 되는가.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남자대회는 코스가 어렵지만 언더파를 치면서 자신감을 기를 수 있었다.”

―마지막날 챔피언 조에서 경기를 치르는데 부담스럽지 않은가. 갤러리도 많을 텐데….

“전혀 떨리지 않는다. 그냥 게임일 뿐이다. 공을 똑바로 치고 퍼팅과 칩샷을 잘하면 그만이다. 갤러리가 많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그들은 내게 힘을 준다.”

―앞으로 목표는….

“스탠퍼드대에 진학하고 싶다. 마스터스대회에 출전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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