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리나 주심,헤어드라이어는 잊어주세요”

  • 입력 2002년 6월 29일 19시 09분


“주심이 헤어드라이 사건은 제발 잊어버려야 할텐데….”

30일 요코하마에서 벌어지는 브라질과 독일의 결승전을 앞두고 독일인 가운데에는 주심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하는 사람이 많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29일 전했다.

결승전 주심은 ‘세계 최고의 심판’으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콜리나 피엘위기(42·사진).

그는 2002 한일공동월드컵 대회의 결승전 심판으로 결정된 뒤 “매우 영광스럽다. 월드컵대회 결승전은 정말로 다른 경기와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며 엄정한 판정을 다짐했다.

그는 미국 애틀랜타올림픽 축구 결승, 프랑스 월드컵대회 결승, 유럽챔피언시리즈 결승 등 빅매치 주심을 맡는 등 6년여 동안 국제대회에서 활동했다. 세계 최우수심판 칭호를 4년이나 연속 수상한 인물. 이번 월드컵에서는 조별예선 잉글랜드-아르헨티나전과 본선 1회전 일본-터키전에서 주심으로 활약한 바 있다.

시원하게 밀어버린 머리털 때문에 더욱 커다랗게 보이는 눈을 가진 그는 때로 항의하는 선수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검지 손가락을 흔들며 ‘엉뚱한 소리 말라’는 특유의 제스처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가 주심을 맡게 되자 독일인들이 걱정하는 것은 과거 그를 격노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축구협회는 수년 전 코리나 주심의 경기 판정 결과에 불만을 품고 대머리인 그에게 전혀 불필요한 물건에 지나지 않는 헤어드라이어를 선물로 보냈던 것. 그렇게 악질적인 것은 아니었고 반쯤 장난 삼아 보낸 것이기는 했지만 코리나씨는 ‘인격 모독’으로 받아들여 몹시 화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지난해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에서 독일팀이 홈에서 잉글랜드에 무려 1-5로 대패했을 때에도 코리나씨가 주심을 맡았는데 당시에도 독일에서는 “코리나 주심이 아직 분이 덜 풀린 것 같다”는 말이 나돌았다고 한다. 사고를 쳐 놓고 후회하고 있는 독일 축구 관계자들의 마음을 위로하듯 코리나 심판은 결승전 주심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내 마음은 자유롭다”는 짤막한 말로 표현했다. 과연 명심판 답다.

도쿄〓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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