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이천수 ‘필승카드’ 뜬다

  • 입력 2002년 6월 9일 23시 24분


‘16강 고지가 저기 보이지?’ 거스 히딩크 한국 대표팀 감독이 9일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며 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 대구=특별취재팀
‘16강 고지가 저기 보이지?’ 거스 히딩크 한국 대표팀 감독이 9일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며 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 대구=특별취재팀
“몇 대 몇에 걸어야 할까?”

10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미국전을 앞두고 직장인들 사이에 내기 열풍이 한창이다. 일부는 미국이 포르투갈을 3-2로 제압하는 바람에 예측이 더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한다.

승리의 여신은 과연 이날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양팀의 최근 전적은 1승1패로 팽팽하다. 지난해 12월 서귀포 경기 때는 한국이 1-0으로 이겼고 올 2월 북중미골드컵 때는 미국이 2-1로 승리했다.

두 경기에서 한국의 전술은 크게 달랐다. 서귀포전에서는 황선홍을 정점으로 발 빠른 이천수와 최태욱이 양 날개로 포진해 미국의 취약한 좌우 수비를 집중 공략했다. 체력이 강한 박지성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그라운드 전체를 종횡무진 휘저었다.

골드컵 때는 최용수와 차두리가 투톱으로 선발 출장한 가운데 이천수가 플레이메이커로 나서 중앙 돌파에 치중했다. 그라운드 활용폭도 좁았고 플레이도 답답해졌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최근 “골드컵 때의 전술은 미국을 속이기 위한 작전”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제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양팀은 남김없이 모든 카드를 펼쳐야 한다.

우선 한국은 효험을 봤던 ‘3-4-3 카드’를 앞세운다. 부상에서 회복한 황선홍을 꼭지점으로 발 빠른 설기현과 박지성이 좌우 날개로 포진해 미국의 측면을 파고든다. 미국의 좌우 날개로 나설 다마커스 비즐리와 랜던 도너번이 상대적으로 공격에 치중해 뒷공간이 많이 생긴다는 판단에서다.

중앙에서는 역시 부상에서 회복한 유상철이 강력한 중거리슛을 앞세워 미국의 일자 수비망을 허문다. 안정환 이천수 최태욱 등 주전보다 무서운 후반 조커들의 투입도 과거 두 차례의 평가전과 달리 한국이 새로 펼쳐보이는 ‘히든 카드’다.

중앙수비수 홍명보의 역할도 눈여겨볼 대목. 두 차례 평가전에서는 유상철이 중앙 수비수로 나섰다.

미국은 전술면에서 뚜렷한 변화가 없다. 미드필더를 다이아몬드형으로 배치한 ‘4-4-2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측면 돌파와 주력을 앞세운 수비 뒷공간 돌파에 승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선수 라인업은 크게 달라졌다.

공격을 진두 지휘할 플레이메이커 자리에는 월드컵 지역예선 기간 미국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는 클라우디오 레이나가 복귀하고 최전방에도 미국 최고의 스트라이커 클린트 매시스가 돌아온다. 오른쪽 날개에는 골드컵 때 같은 자리를 맡아 한국에 첫 골을 기록했던 도너번이 부상한 어니 스튜어트를 대신한다.

카를로스 야모사가 맡았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수비수였던 파블로 마스트로에니가 나서 다소 약해진 느낌이다. 결국 바뀐 선수들의 개인 역량이 승부를 가를 키포인트인 셈이다.

대구〓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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