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딩하려다 허벅지 맞고 골인

  • 입력 2002년 6월 8일 23시 03분


슈레치코 카타네츠 슬로베니아 감독의 이름에서 슈레치코는 ‘행운’이라는 뜻. 그러나 정작 ‘행운의 여신’은 그를 외면하고 남아공을 선택했다.

1차전에서 파라과이의 명 수문장 칠라베르트가 결장하는 행운을 안았던 남아공은 2차전에서도 슬로베니아의 간판 자호비치가 감독과의 불화로 팀을 떠나는 뜻밖의 소득을 안고 경기에 나섰다. 경기 시간 동안 최고 32도를 기록한 무더위도 남아공의 편이었다.

승리의 여신은 일찌감치 남아공의 손을 들어줬다. 전반 4분 남아공의 포천이 감아올린 프리킥이 놈베테의 머리를 스쳐 지났으나 볼은 놈베테의 오른쪽 허벅지를 정확하게 맞고 슬로베니아의 골문으로 들어간 것.

뜻밖의 실점을 당한 슬로베니아는 미드필더 노바크의 오른쪽 돌파를 주무기로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무더위 탓인지 슬로베니아 선수들의 발은 무거웠다. 특히 미드필드 싸움에서 열세를 보여 자호비치의 공백을 절감해야 했다.

반면 골을 넣은 뒤 더욱 기세가 오른 남아공의 공격수들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슬로베니아 진영을 파고들었다. 공격의 핵은 파라과이와의 경기에서 1골을 넣고 이날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포천. 그는 수비수 1, 2명을 가볍게 따돌리는 개인기를 과시하며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전반 내내 짜임새 없이 최전방 공격수 치미로티치에게만 의존한 슬로베니아의 단조로운 공격은 남아공의 수비를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후반전 시작 직후엔 설상가상으로 카타네츠 감독이 파울을 불지 않는다고 심판에게 항의하다 퇴장을 당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남아공은 후반 5분 골에어리어 정면에서 매카시가 날린 강슛이 골키퍼의 선방에 걸렸고 20분 역시 매카시가 헤딩슛한 공이 크로스바를 맞는 등 몇 차례 추가골의 기회를 놓쳤다.

슬로베니아는 경기 후반 들어 불라이치의 결정적인 헤딩슛이 골키퍼의 선방에 걸리고 카리치의 강력한 중거리슛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는 등 골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경기 종료 시간에 가까워지면서 남아공은 막판 파상 공세를 펼쳐 틈만 나면 벤치로 달려가 물을 찾은 슬로베니아 선수들에게 한수 위의 체력을 과시했다.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월드컵 첫승을 거둔 남아공 선수들은 우승이라도 한 듯 기뻐했고 이번 월드컵에서 3번째로 예선 탈락이 확정된 슬로베니아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울분을 삼켰다.

대구〓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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