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전은 화합의 장"…미2사단 카투사-미군들 공동응원단 구성

  • 입력 2002년 6월 8일 22시 36분


‘한국-미국전을 상호 친목과 격려의 장으로.’

한국과 미국의 월드컵 축구경기를 앞두고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 미2사단 사령부인 캠프 레드클라우드의 한국군 카투사들과 미군들이 ‘한미공동응원단’을 구성해 승패를 떠나 페어플레이와 한미화합을 위한 공동응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의 공동응원은 한국-미국전을 전후해 우발적인 반미 감정의 분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양국의 화합과 친선을 다지자는 뜻으로 시도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2사단 사령부는 이미 한국-미국전이 열리는 10일 오후 3시 이후를 휴무로 선포한 상태다. 근무시간을 분단위까지 철저하게 계산하는 미군부대에서 경기시청을 위해 휴무에 들어간다는 것은 좀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병사들의 공동응원 움직임을 전해들은 러셀 아너레이 사단장이 분위기 조성을 위해 휴무로 선포했다는 것이다.

카투사들과 미군들은 이날 부대내 대형 텔레비전이 마련된 휴게실 두 곳에서 한국과 미국을 가르지 않고 한데 섞여 응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의 공동응원 움직임은 한국과 미국 경기를 앞두고 미대사관 앞 시위가 우려된다거나 대통령이 관전을 포기했다는 등 어두운 소식들이 전해지자 같은 울타리에서 생활하는 한미 병사들이라도 앞장서 화합의 장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카투사 김상훈 일병(23)은 “평소 서먹했던 미군들과도 요즘은 축구이야기를 하고 함께 응원 계획을 짜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고 말했다.

김 일병은 “한 울타리에서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이지만 평소에는 경쟁의식과 서로에 대한 경계심도 적잖았다”며 “그러나 이번 월드컵 경기가 화합의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부대측은 승패와 상관없이 열심히 응원한 병사들에게는 축구공과 선수유니폼 등 간단한 상품도 주기로 하는 등 응원분위기를 돋울 예정이다. 병사들은 한미화합을 기원하는 피켓 등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미2사단 채양도 공보관은 “이번 공동응원의 취지를 살려 앞으로 16강 진출시는 물론 한국과 미국의 남은 한 경기씩이 열리는 날에도 한국군과 미군이 함께 응원하고 격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의정부〓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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