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축구 ‘복병’터키에 진땀

  • 입력 2002년 6월 3일 23시 39분


“브라질도 결코 이변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특히 터키가 가장 까다로운 상대로 조1위로 16강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터키를 꺾어야 한다.”

루이즈 펠리페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44)이 경기 전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강조한 말이다.

유일한 월드컵 개근국에다 역대 월드컵 개막전 전승 기록을 이어가던 ‘삼바군단’의 감독답지 않은 말이었지만 세계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을 거느린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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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스콜라리 감독은 선수들의 자만심을 경계하는 데 성공하며 역대 17번의 월드컵에서 ‘첫 경기 무패’의 기록을 이어갈 수 있었다.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이 3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복병’ 터키와의 C조 첫 경기에서 ‘함께 있을 때 두려울 게 없는 콤비’ 호나우두와 히바우두의 릴레이 골로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두며 8년 만의 정상 정복에 청신호를 밝혔다.

통산 4번의 우승컵을 챙긴 브라질 선수들은 C조 3개국 중 유일하게 예선을 통과해본 경험자답게 휘슬이 울리자마자 마치 이날만을 기다렸다는 듯 그라운드를 장악해 나갔다.

하지만 첫 골의 주인은 터키였다. 브라질은 초반 기세와는 달리 전반전 중반 이후 터키의 미드필드 압박에 막혀 최전방의 호나우두에게로 패스가 매끄럽지 못한 채 고전했고 인저리타임이 적용되던 전반 종료 직전인 47분 하산 샤슈에게 첫 골을 허용한 것. 샤슈는 일디라이 바슈튀르크가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문전으로 절묘하게 넘겨준 볼을 달려들며 왼발로 강슛, 그물을 갈랐다.

그러나 브라질도 양보만 하지는 않았다. 후반 5분 히바우두가 미드필드 왼쪽에서 문전으로 띄워준 공을 페널티박스 오른쪽을 파고들던 호나우두가 3명의 수비수 틈을 비집으며 몸을 던졌고 공은 그대로 호나우두의 오른쪽 발에 걸리며 정확히 네트를 갈랐다.

98프랑스월드컵 이후 올 3월28일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호나우두에겐 2년5개월 만의 A매치 첫 골이자 월드컵 3회 연속 출전의 관록이 묻어나온 골이었다.

브라질의 두 번째 득점이 터진 것은 후반 42분. 호나우두와 교체 투입된 루이장이 페널티지역 왼쪽을 파고들며 문전으로 쇄도하는 순간 터키 수비수 알파이 외잘란이 뒤에서 유니폼을 잡아당겨 페널티킥이 선언된 것. ‘왼발의 달인’ 히바우두가 키커로 나섰고 그의 왼발을 떠난 공은 정확히 오른쪽 골네트를 흔들며 사실상 승리를 결정지었다.

한편 터키는 이날 외잘란에 이어 후반 종료 직전 오른쪽 코너에서 코너킥을 준비하던 히바우두에게 고의로 공을 찬 하칸 윈살마저 퇴장당해 9일 코스타리카와의 2차전에서 선수 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울산〓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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