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이봉주 “보스턴 월계관을 결혼 선물로”

  • 입력 2002년 4월 5일 17시 38분


“뛰어봐야쥬….”

전통(106회)의 보스턴마라톤 2연패를 위해 5일 미국으로 떠난 ‘봉달이’ 이봉주(32·삼성전자)의 얼굴은 상당히 무거웠다.

으레 그랬듯 “꼭 우승하겠다”란 얘긴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비행기에 올랐다. 물론 21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결혼할 약혼녀 김미순씨를 위해 “월계관을 결혼 선물로 바치고 싶다”는 뜻을 비췄다. 그러나 웬지 자신감이 떨어지는 목소리였다.

오인환 삼성전자 감독은 “봉주가 하고자 하는 의지는 넘쳐 흐른다. 그런데 2연패에 대한 부담감에다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상당히 마음이 무거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봉주가 누구인가. 이번이 27번째 풀코스 도전. 지난해 8월 열린 에드먼턴세계선수권에서 단 한번 기권했을 뿐 모두 완주할 정도로 ‘악발이’. 훈련도 ‘달리는 기계’로 불릴 정도로 억척스럽게 소화해내고 있다.

이번 대회를 위해 1월 경남 고성에서 몸만들기를 시작해 3월 충남 보령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등 3개월간 착실히 준비했다. 부상도 없었고 35㎞이상을 달리는 거리주와 짧은 거리의 스피드훈련도 무리없이 소화했다.

문제는 보스턴의 코스. 기록이 안나오기로 유명한 난코스다. 초반부터 약 25㎞까지 완만한 내리막을 이루다 오르막이 시작된다. 특히 가장 애를 먹이는 곳은 32㎞지점을 조금 지나 자리잡고 있는 이른바 ‘눈물 고개’(Heart Break Hill). 해발 90m 정도에 불과하지만 해발 30m 높이의 31㎞지점에서 시작되는 가파른 오르막은 힘이 빠질 대로 빠진 마라토너들에게는 ‘마의 언덕’과 같은 곳이다. 이봉주는 지난해 초반에 힘을 비축한뒤 후반 스퍼트로 월계관을 썼다.

오인환 감독은 “훈련은 잘 했다. 다만 당일 컨디션과 레이스의 향방에 따라 우승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봉주는 미국에 도착해선 현지적응훈련을 3일간 실시한 뒤 우승을 위한 마지막 필수 코스인 식이요법을 실시하는 등 컨디션 조절에 초점을 맞춘뒤 결전에 나설 예정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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