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용 체육회장 전격 사의 안팎

  • 입력 2002년 2월 28일 22시 41분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이 28일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우선 사퇴 표명이 측근조차 몰랐을 정도로 너무나 전격적이라는 점이다. 김 회장은 전날 밤 전국동계체전이 열리고 있는 강원 용평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때만 해도 주위의 사퇴설을 일축했다. 하룻밤 사이에 어떤 상황의 변화가 일어났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3년이나 임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중도사퇴를 한 배경도 불분명하다. 김 회장은 이날 사퇴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기자들이 나가라고 해서 나간다. 흥미위주로 다루지 말라”고 언성을 높였다. 취재진과의 공식 인터뷰를 끝내 거부한 김 회장은 이후 비공식 경로를 통해 “절대로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있었던 일과는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공항에 나온 김운용 IOC위원

김회장은 "기자들이 나가라고 해서 나간다", "흥미위주로 다루지 말라"라고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고 공식 인터뷰 요청은 끝내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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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雲龍 대한체육회장 사의 표명

그러나 왜 그가 “앞으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 회장으로 국제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만 활동하겠다”는 건지 설명이 없다.

대의원들이 만장일치로 김 회장의 사퇴를 만류하자 10분 만에 다시 회의장에 들어온 김 회장은 더욱 애매모호한 언행으로 주위를 헷갈리게 했다. 김 회장은 “대의원들의 뜻을 알겠다”는 선문답을 남긴 뒤 대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지만 취재진의 추적을 따돌린 채 회의장을 벗어났다.

사퇴 의사가 확고하다면 대의원들의 재추대 때 자신의 뜻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밝혔어야 했지만 김 회장은 그러지 않았다. 때문에 대의원들은 물론 현장에 있던 기자들도 그의 속마음이 과연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해야 했다.

이에 일각에선 최근 사면초가에 몰린 김 회장이 회장직 사퇴라는 승부수를 던져 여론의 추이를 살핀 뒤 자신의 최종 거취를 결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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