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후보지 선정 '최악의 시나리오'

  • 입력 2001년 11월 16일 21시 04분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왔다.

전북과 강원의 두 지역중 어느 곳이 2010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에 적합한 장소인가에 대한 평가는 처음부터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날 참석한 70명의 KOC 위원 대부분은 국제 경쟁력을 갖춘 단독 후보지를 선정하기 보다는 두 지역의 첨예한 대립구도를 어떻게 하면 무마시킬 수 있는가에만 신경을 쏟았다.

결국 예상대로 표 대결은 이뤄지지도 않은 채 자연스럽게 공동개최로 분위기가 흘러갔다. 회의장 밖에서 이미 공동개최로 시나리오가 짜여 있었다는 괴소문이 나돈 것도 이맘때였다. 이 과정에서 1년 6개월여에 걸친 양 도의 유치 노력과 KOC 평가위원회의 보고서는 무용지물이 됐다.

공동개최로 결론이 났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양 도의 관계자들은 모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유종근 전북지사는 고심 끝에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공개석상인 기자회견에서도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김지사는 "올림픽이란 국가대사를 앞두고 한국의 유치 가능성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공동개최를 하면 유치를 하지 말자는 얘기나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정곡을 찌른 표현이었다. 차로 3시간 이상 떨어진 전북과 강원이 공동개최를 한다면 현재까지 파악된 것만도 18개국이 경합을 벌일 유치 경쟁에서 IOC의 낙점을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란 분석이다.

과열 경쟁을 벌인 전북과 강원도 책임을 벗을 수 없게 됐다. 두 지역의 첨예한 대립에 급기야 KOC는 올림픽 유치 보다는 양측 무마 에 더 신경을 쓰게 됐고 결국 '공동개최'라는 어정쩡한 선택을 하게 됐다. 일부에선 "올림픽 유치보다는 당장 내년의 지방선거를 더 의식하는 것 같았다"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

이제 공동개최는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누구도 번복할 수 없는 결정이 됐다. 지금부터라도 두 도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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