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이봉주 보스턴마라톤 제패 육상인 반응

  • 입력 2001년 4월 17일 18시 27분


많은 육상인들은 이봉주의 보스턴마라톤 우승에 대해 “한국마라톤의 미래를 밝힌 쾌거이자 국민 전체의 기쁨”이란 말로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은 특히 “이번 우승을 한국육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대원 대한육상경기연맹회장〓TV중계를 보며 긴장도 많이 했고 기뻐 잠을 설쳤다. 시드니올림픽에서 사고로 이루지 못했던 한을 풀었다. 육상인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어려울 때 마라톤팀을 창단해준 삼성전자측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번 쾌거는 육상의 벤처사업으로 연간 2억원을 투자해온 꿈나무사업과 기록향상 포상제 등 각종 투자에 따른 결실이다. 올 8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마라톤 3명을 포함해 여타 종목도 기준기록만 통과하면 몇 명이 되든지 전원을 파견할 계획이다. 물론 내년 아시아경기대회를 대비해 대표선수단 규모도 역대 최대인 80명으로 확정했다. 앞으로 트랙과 필드에서도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

▽서윤복 대한육상경기연맹 고문〓47년 세계기록으로 이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우리 정부는 수립되지도 않았고 나라가 어려운 때였다. 그래서 우리에게 마라톤 우승은 국위선양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지금 역시 국민이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봉주가 바로 그 국위선양과 국민의 자신감을 회복시켜주는 일을 해줬다. 31세의 나이로 보스턴마라톤을 제패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참으로 장한 일을 해냈다.

▽함기용 대한육상경기연맹 고문〓50년 대회 우승자로서 개인적으로 51년간 후배 우승자를 기다렸다. 이봉주가 1위로 골인한 순간 힘들었던 옛 생각이 나 눈물이 쏟아졌다. 그동안 많은 선수들이 도전을 거듭했지만 93년 김재룡의 준우승 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봉주가 은퇴할 나이에 한국마라톤의 기개를 떨쳐 감격스럽다. 이번 일이 한국이 재도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92바르셀로나올림픽 우승자)〓숱한 레이스를 통해 노련미를 키운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다. 특히 선수로서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온 점도 우승을 일궈낸 요인이다. 지난 시절 한솥밥을 먹은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로서 무척 자랑스럽다. 3명이 선두그룹을 이룬 30km대 초반 우승을 예감했다. 이봉주의 쾌거를 한국마라톤이 더 성숙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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