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시각장애인 러년, 찬란하게 빛난 '어둠속 질주'

  • 입력 2001년 2월 19일 18시 41분


'시각 장애인' 말라 러년이 19일 열린 실내육상대회 여자 5000m에서 역주하고 있다.
'시각 장애인' 말라 러년이 19일 열린 실내육상대회 여자 5000m에서 역주하고 있다.
‘그녀의 도전은 끝이 없다.’

사상 최초의 시각장애인 ‘올림피언’ 말러 러년(32·미국)이 19일 뉴욕에서 열린 미국실내육상대회 여자 5000m에서 15분7초33으로 결승선을 통과, 90년 린 제닝스가 세운 종전 미국기록(15분22초64)을 15초 이상 앞당기며 우승했다.

이날 러년은 2800m 지점부터 단독질주, 골인선을 통과한뒤 “8월 에드먼턴을 기대해 달라”며 그의 도전이 끝이 없음을 예고했다.

99년 세비야세계육상선수권 1500m에서 결승까지 진출 4분6초45로 아깝게 10위에 멈추며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한 러년은 지난해엔 장애인으로는 사상 처음 미국 대표로 시드니올림픽에 출전, 8위에 올라 또한번 세계를 감동시켰던 주인공.

러년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신기록 작성의 원동력이었다”며“다음달 열리는 세계실내육상선수권과 8월 세계선수권에서 더 좋은 기록을 내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러년은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 축구를 시작했지만 9세때 망막 퇴행성 질환을 앓기 시작해 법적인 시각장애인이 됐다. 콘택트랜즈로 교정한 시력이 5m전방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 열네살때 주위 선수들의 뛰는 소리를 들으며 달리기를 시작해 92년 장애인올림픽에서 100, 200, 400m와 멀리뛰기에서 4관왕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러년은 96년 애틀랜타올림픽 선발전 7종경기에서 10위를 차지하며 일반인들과 겨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그해부터 일반경기에 본격 출전했다.

처음엔 7종경기를 했지만 높이뛰기나 허들은 앞이 안보여 경쟁력이 없어 중장거리로 종목을 바꿔 두각을 나타냈다.

<양종구기자·뉴욕¤¤>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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