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아디다스컵]'악동'데니스 "철들었어요"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8시 34분


‘악동’ ‘투덜이’ ‘싸움대장’….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데니스(23)에게 붙었던 ‘악명’이다.그러던 그가 올시즌 후반 부드러운 인상으로 바뀌고 최근에는 활화산 같은 공격력을 선보이며 ‘제2의 코리안 드림’을 열어가고 있다.

8월30일 대전 시티즌과의 원정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더니 11일 전남전에서도 다시 해트트릭을 몰아치며 정규리그 17경기에서 9골로 단숨에 득점 2위로 도약했다. 15일 아디다스컵 포항전에서는 도움 3개를 이끌어냈다.

정규리그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쉽게 좌절된 수원 프런트로서는 “조금만 더 일찍 발동이 걸렸으면…”하는 장탄식이 절로 새어나올만 하다.

특히 그라운드 매너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98년 김주성(당시 부산 대우)과의 불미스런 마찰,그라운드에서의 강한 어필 장면,눈두덩이가 툭 튀어나온 얼굴로 험악한 인상을 주는 그였지만 최근에는 귀여운 미소와 부드러운 매너로 이미지를 크게 바꿨다.

데니스가 이처럼 다시 태어난 것은 결혼으로 생활의 안정을 찾으면서.

97년 정규리그 도움왕(5개),지난해 아디다스컵 득점 도움왕(이상 3개)에 오르는 등 첫 코리안 드림을 열어가던 데니스는 지난해 말 러시아올림픽대표팀 차출 기간 허벅지 부상을 입어 올시즌 중반까지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혼자 살다보니 영양 보충을 제대로 못해 부상 회복 속도도 더디기만 했다.올 말 재계약 여부도 불투명했다.

그러나 데니스는 6월11일 머리를 올리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그라운드에 나서기 시작했다. 올 초 하바로스크에서 처음 만났던 동갑내기 아내 조졸리아 율리아가 손수 해주는 러시아 음식은 부상 회복 및 체력 보충에 큰 도움이 됐다. 마침 11월9일에는 첫 아기가 태어난다.자랑스럽고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에 몸가짐에도 남다른 신경을 쓰게 됐다.

팀에서도 이제 고참 반열에 올랐다. 96년 19세의 어린 나이로 한국땅을 밟은지 벌써 만 5년.역시 19세의 나이로 올해 한국땅을 밟은 브라질 출신 산드로에게 틈만 나면 한국무대 적응 비결을 코치하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진 ‘한국식 선배’로서의 책임감 때문이다.

덕분에 데니스는 2년 재계약이 사실상 확정됐다. 그가 새롭게 맞는 한국 축구는 이제 가족과 함께 열어가는 삶의 터전이자 꿈의 성취 무대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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