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복싱]한국계 챔프 추 , 차베스 눕혔다

  • 입력 2000년 7월 30일 17시 51분


'살아 있는 전설'은 이제 '전설'이 됐다.

한국계 러시아인인 프로복싱 WBC 슈퍼라이트급 챔피언인 콘스탄틴 추(30·호주)가 '멕시코의 복싱영웅' 훌리오 세자르 차베스(38)를 역사의 뒤안길로 몰았다.

30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추의 2차방어전. 추는 이날 '신이 빚은 복서'란 평가를 받으며 한시대를 풍미했던 차베스를 거세게 몰아붙여 6회 TKO승을 거뒀다.

당초 이 경기는 라스베어거스로 예정됐다가 피닉스로 대전장소가 바뀌었다. '복싱의 메카' 라스베이거스가 경기개최를 거부한 이유는 이날 극명하게 드러났다. 8년전 호주에서 프로데뷔해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추에게 40을 바라보는 차베스는 상대가 안된다는 판단.

스피드와 파괴력, 뛰어난 경기운영을 고루 갖춘 추에게 실제로 차베스는 상대가 안됐다. 초반부터 게임의 주도권은 추의 손에 있었다.

추는 91년 세계아마추어복싱선수권 라이트 웰터급 정상에 오른뒤 92년 호주에서 프로에 데뷔한 한국계 3세. 92년 프로에 입문하겠다는 일념으로 러시아를 떠나 호주행을 택해 95년 IBF 주니어웰터급 챔피언에 오른바 있다. 지난해 8월 미겔 앙헬 곤잘레스(멕시코)를 꺾고 WBC 챔피언이 됐다. 이날 승리로 통산 25승(21KO)1무1패.

4체급을 넘나들며 6번이나 세계챔피언에 오르며 '살아있는 전설'이란 닉네임이 따라붙었던 차베스. 그는 자신의 건재를 알리려고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세월이 짓누른 노화에는 어쩔 수 없었다. 통산 103승(86KO)5무2패. 2패가 최근 3경기에서 나온 것.

차베스는 경기를 마친뒤 "이제 링을 떠날 때가 됐다"라며 은퇴의사를 밝혔다. 추는 "차베스는 위대한 복서다.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 고 말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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