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권투 南北대결…챔프 조인주에 北국적 홍창수 도전

  • 입력 2000년 7월 10일 18시 25분


북한 국적의 재일동포 프로복서가 다음달 한국 선수가 보유한 WBC 슈퍼플라이급 챔피언 타이틀에 도전한다.

남북한 복싱선수가 세계 타이틀을 놓고 대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특히 남북정상회담 성사 직후 열리는 남북대결이라는 점에서 재일동포사회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도전자는 일본 오사카체육관소속 재일동포 3세인 홍창수(일본명 도쿠야마 마사모리·25)로 다음달 27일 일본 오사카부립 체육회관에서 이 체급 챔피언인 한국의 조인주(풍산체육관)와 타이틀전을 갖는다.

홍창수는 도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가라데대회에서 여러차례 입상하는 등 스포츠에 소질을 보여왔다.

지난해 9월 동양태평양복싱연맹(OPBF) 슈퍼플라이급 타이틀을 따낸 그는 두차례 방어 후 WBC세계챔피언에 도전하게 된 것.

홍창수는 인터뷰 등에서 국적을 당당히 밝히는 선수로 유명하다. 그는 일본인으로 링에 오르라는 주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북한국적을 끈질기게 고집하고 있다. 일본 스포츠계에서는 외국계 유명 운동선수들도 일본의 텃세를 이기지 못하고 귀화하는 경우가 대부분.

94년 프로데뷔 때는 본명으로 링에 오르려 했지만 끝내 인정받지 못하고 일본명을 사용하게 됐다. 그대신 경기때마다 KOREA IS ONE(한국은 하나) 이라고 새긴 팬츠를 입고 링에 오른다.

다음달 경기에선 그의 요청으로 한일 양국 국기뿐 아니라 북한 국기도 함께 게양될 예정. 경기 포스터에도 지구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두 선수 사이에 녹색한반도가 그려져 있으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그는 북한국적이라는 것을 밝히면 차별도 받고 생활도 어렵다. 그래도 자신의 뿌리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 고 말한다. 그는 자신뿐 아니라 조총련계 재일동포 사회에 용기를 주기 위해서라도 이번 경기에서 꼭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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