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장성호 과연 '물건'…한쪽팔 장애딛고 시드니行

  • 입력 2000년 6월 28일 18시 52분


‘이제 세계를 메치겠다.’

한국남자유도의 대들보 장성호(22·100㎏급·한국마사회). 그의 체격은 유럽선수들에게 전혀 꿇리지 않을 정도로 당당하다. 키 1m90에 힘도 장사다. 그러나 몸은 부드럽다. 그의 경기를 지켜보노라면 한마디로 시원시원하다. 작은 포인트위주보다는 큰 기술을 구사한다. 그래서 그의 경기는 한판승이 많다. 유도인들은 그를 한국유도계에 하형주 이후 아주 오랜만에 나온 ‘물건’이라고 말한다.

그는 보험설계사인 홀어머니 슬하에서 어렵게 자랐다. 게다가 왼팔을 어릴 때 사고로 다쳐 한동안 제대로 펼 수도 없었다. 이것은 유도선수로서는 치명적인 일.

그러나 그는 눈물겨운 훈련으로 거의 사용할 수 없었던 왼쪽 팔꿈치를 이제는 거의 정상으로 만들었다. 그는 그만큼 밝고 긍정적이다. 그래서 때로는 매서운 맛이 없다고 감독으로부터 혼도 난다.

하지만 경기시작 버저가 울리기 무섭게 잠시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공격을 해댄다. 점수가 아무리 크게 앞서도 경기종료 버저가 울릴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그만큼 그의 파이팅, 끈기, 체력은 세계 최고수준.

국내에서는 이미 상대를 찾을 수 없지만 천적은 있다. 바로 세계 랭킹 1위 이노우에 고세이(23·일본). 장성호보다 키는 10cm 작지만 기본기가 튼튼하다. 밭다리, 허벅다리후리기, 업어치기 등 유도의 거의 모든 기술에 정통하다. 장성호는 지난해 파리오픈 결승에서 그를 처음 만나 오른쪽 허벅다리후리기 유효패했다. 그해 9월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재격돌했으나 밭다리로 또다시 유효패하고 말았다.

한 선수에게 연달아 패했다면 의기소침할 법도 하지만 장성호는 달랐다. 낙천적인 성격답게 이노우에와의 대결에서 허리기술과 오른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던 자신의 약점을 절감할 수 있었고 오히려 약점을 보완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 것을 감사했다.

28일 올림픽제2체육관에서 열린 시드니올림픽파견 최종평가전을 겸한 제39회 프로스펙스컵 전국 남녀 체급별유도선수권대회.

이미 1, 2차 선발전에서 우승한 장성호는 첫 상대인 정호석(용인대)을 허리후리기 한판으로 꺾은 뒤 서영호(상무), 박성근(한국마사회)을 차례로 누이며 정상에 올라 ‘시드니의 영광스러운 순간’을 위한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

박종학 남자대표팀 감독(청주대 교수)은 “상대의 오른쪽을 먼저 제압한다면 어떤 상대를 만나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96애틀랜타 동메달리스트 조인철(남자 81kg급)이 우승하며 시드니 티켓을 거머쥔 것을 비롯해 유성연(90kg급), 고경두(100kg이상급)와 여자부의 박성자(48kg급), 장재심(52kg급), 강신영(57kg급)이 정상에 올랐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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