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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6월 12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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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패션과 향수. 하지만 2000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0)에 출전중인 프랑스팀의 '예술축구'가 미의 극치라는 '오트쿠튀르 패션'보다 화려하고 향수보다 깊은 여운을 남기는 '프랑스의 얼굴'로 떠오를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12일 D조 첫 경기인 프랑스-덴마크전이 열린 벨기에 브루헤 장브레이델스타디움. 98프랑스월드컵 최우수선수(MVP) 지네딘 지단과 98월드컵 당시 교체 멤버에 머물다 올들어 새천년을 이끌 축구영웅으로 부상중인 니콜라 아넬카, 티에리 앙리의 얼굴은 긴장을 떨치지 못한 듯 굳어 있었다.
가장 최근에 열린 최고의 대회인 98월드컵 우승국의 자부심과 명예에 흠집을 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선수들을 무겁게 짓눌렀기 때문. 여기다 월드컵 우승에도 불구하고 독일 잉글랜드 이탈리아 등 유럽 축구의 중심으로 자부하고 있는 주변국들이 일관되게 '당시 우승은 운이 크게 따랐다'고 깎아 내리고 있는 것도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
하지만 어려울 때 힘이 되는 것은 역시 팀의 맏형격인 '백전 노장'들.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할 예정인 베테랑 수비수 로랑 블랑(34·인터 밀란)은 전반 초반 지단의 패스에 이은 아넬카의 슈팅이 어이없게 빗나가는 등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자 전반 16분 과감하게 상대 골문앞으로 돌진했다. 때마침 아넬카의 순간 돌파에 거미손 골키퍼 슈메이셀이 공을 흘리는 순간 이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슈팅, '거미손' 페테르 슈메이셀을 상대로 첫 골을 뽑아내는데 성공했다.
골문이 열리자 완전히 자신감을 회복한 프랑스는 '마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 스피드와 힘만으로 압박해오는 덴마크를 요리하며 후반 20분에는 앙리가 플레이 메이커 지단의 패스를 받아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고 파트리크 비에라가 부상으로 빠지며 교체 투입된 실방 월토드가 경기종료직전 세번째 골을 터뜨리며 3-0의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개최국과 예선 전승(10승)국끼리 만난 네덜란드-체코전은 '지지 않기 위한 경쟁'. 하지만 팽팽하던 두 팀의 승부는 단 한번의 실수에 의해 갈라졌다. 경기종료 1분을 남겨두고 체코 수비수가 문전으로 쇄도하던 네덜란드 포워드 로날드 데 보어의 옷을 잡아채는 순간 주심이 휘슬을 불었고 보어가 패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개최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김상호기자·브루헤·암스테르담외신종합>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