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이은경 "IOC 선수위원 후보 부담컸어요"

  • 입력 2000년 5월 25일 19시 23분


"패자는 말이 없다죠?"

여자 양궁 세계랭킹 1위, 한국의 IOC선수위원후보. 그러나 시드니 올림픽 국내 선발전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모든 것'을 잃게 된 이은경(28·한국토지공사) . 그는 선발전 탈락 당시만해도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듯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지만 25일엔 의외로 담담했다. 인터뷰 도중 간혹 농담도 하며 24일 국가대표 선발전 탈락의 의미를 애써 잊으려 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연무초등교 5년때부터 17년간 정들었던 활을 놓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인 이은경이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선발전 방식이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끼쳤나.

"선수라면 어떤 방식에라도 적응을 해야 된다. 올해 선발전은 여러단계를 치르면서 차례차례 선수를 탈락시키는 방식이라 등위와는 무관했었다.포커스를 올림픽에 맞춰놓고 차근차근 해나가려고 했었는데….선발전엔 불만이 없다."

―경기외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많았다는 지적인데….

"솔직히 부담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올림픽에 나가는 것도 의미가 컸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선수위원 후보로 뽑힌 게 내겐 더 큰 의미였다.IOC 선수위원후보로 뽑힌뒤 올림픽에 반드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했다.내게 온 기회를 꼭 잡고 싶었기 때문에 IOC 선수위원후보는 훈련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좋은 자극제가 됐다고 할까.준비를 좀더 철저히 하자고 다짐했었다.하지만 막상 경기장에선 오히려 이것이 큰 부담이 됐다."

―시드니올림픽 꿈이 좌절된뒤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들었나.

"많은 분들이 기대해 주셨는데 결과가 안 좋게 되니까 죄송한 마음뿐이었다.사실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는 건 개인적인 욕심일 뿐이지만 IOC 선수위원 후보에서 탈락한 건 국가적으로 실망을 준 게 아닌가.날 IOC선수위원 후보로 뽑아준 분들께 보답을 못한 아쉬움이 가장 크다."

―은퇴할 것이라고 말들이 많은데….

"지금의 감정상태로 나 혼자 결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더불어 사는 세상인데….일단 주위 분들과 의논을 할 예정이다.쉬면서 반성도 하고,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 건지 생각을 해 보겠다.사실 98년 방콕아시아경기대회를 마지막으로 그만 두려고 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당시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아쉬워했었고 개인적으로도 잘하고 그만두자 는 생각에 다시 활을 잡았다.운동선수가 유종의 미 를 거두고 그만두는 선수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하던 일을 제대로 못하고 포기한다면 나중에 지도자로 나설때도 자신감이 안 생길 것 같았다.다시 활을 잡은뒤 좋은 일이 많았다.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도 땄고….당시 용기를 북돋워 주었던 분들께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좋은 후배들이 많아 선배 입장에서 기쁘다. 후배들이 올림픽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두리라고 믿는다. 개인적으론 존경받을 만한 선배로 남고 싶다. 나도 언니가 가는 길을 가고 싶다 는 말을 듣는다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앞으로 공부도 해야 할 것 같다.고려대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는데 체육교육학 박사과정도 밟을 예정이다.체육인으로서 후배들에게 나아갈 길을 제시해 주고 싶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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