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집옹 "기차타고 배타고 21일 걸려 런던갔지"

  • 입력 1999년 12월 7일 19시 48분


런던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무려 21일간의 여행을 해야 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열차를 타고 다시 일본 요코하마까지 배와 열차를 갈아탔으며 중국 상하이를 거쳐 홍콩까지 배로 간 다음 방콕, 캘커타, 뭄바이, 로마, 암스테르담을 경유하는 진을 빼는 긴 여정이었다.

그러나 첫 올림픽 출전이었던 만큼 온국민의 성원이 대단했고 부산으로 가는 도중 정차하는 역마다 시민들이 몰려나와 노래하고 환호를 해 힘이 솟았다. 배의 갑판과 머무는 호텔의 뒷 마당, 심지어 정차하는 기차역에서까지 수시로 역기를 꺼내 훈련을 하기도 했다. 어려웠던 시절인지라 한여름인데도 단복으로 두꺼운 겨울옷을 입을 수밖에 없었지만 가슴에 태극기를 달았다는 자긍심은 대단했다.

런던까지 가는 데 기진맥진한데다 연습 도중 허리마저 다쳐 위기를 맞았지만 나도 모르게 젖먹던 힘까지 나왔고 우리나라의 숙원을 이룰 수 있었다.

해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정신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았다.

〈정리〓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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