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롯데 7차전, 관중들 오물투척 등 ‘아수라장’

  • 입력 1999년 10월 21일 00시 14분


어린이에게 꿈을 심어준다던 프로야구가 어린이들에게 낯을 못들 정도로 부끄러운 추태로 얼룩졌다.

20일 저녁 대구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7차전 삼성과 롯데의 경기. 0―2로 뒤진 6회초 롯데 공격. 2사후 4번 호세가 중월 1점홈런을 날리고 3루를 돌 때 3루 관중석의 물세례를 받았다.

홈을 밟은 뒤 롯데 덕아웃 앞에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눌 때 다시 1루 관중석에서 물병과 오물이 날아왔다. 화가 난 호세는 방망이를 스탠드를 향해 집어던졌다.

관중 역시 물병과 라면국물 등 오물을 집어던졌고 운동장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심판진이 호세의 퇴장을 명령하자 롯데 선수들은 “경기를 못하겠다”며 짐을 싸 오른쪽 펜스 뒤의 출입구쪽으로 철수하기 시작했다. 철수도중 호세 등 일부 롯데선수들은 1루측 그물망을 사이에 두고 관중과 주먹을 주고 받는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흥분한 롯데 선수 한명은 맨손으로 더그아웃의 유리창을 깨기도 했다.

롯데 김명성감독은 “이런 상황에선 경기를 할 수 없다”고 밝혔으나 홈구단인 삼성관계자와 심판진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설득에 다시 선수들을 불러들여 7시55분에 중단된 경기는 8시18분 간신히 재개됐다.

상대선수가 홈런을 쳤다고 물병을 던지는 팬. 그렇다고 팬에게 방망이를 집어던지는 선수. 과정이야 어떻든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지나친 승부욕은 어쩌면 그렇게 한국사회와 닮았는지.

이를 지켜본 40대 회사원 김명철씨는 “싸움질하는 정치인들이나 방망이 집어던지는 야구선수나 뭐가 다르냐”며 씁쓰레 웃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