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홈런행진 결산]물오른 5월엔 이틀에 한개꼴

  • 입력 1999년 10월 8일 18시 28분


올 프로야구는 ‘이승엽의 해’였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한 선수에게 이토록 열광한 적은 없었다.‘이승엽신드롬’ ‘국민타자’ ‘국보급 선수’ 등 화려한 수식어가 등장했다.

그에 대한 관심사는 국내뿐만이 아니었다.왕정치의 홈런기록 도전과 관련해 일본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모았고 타임과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등 세계유수의 미국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올시즌을 되돌아볼 때 이승엽의 초반 스타트는 좋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 홈런없이 타율 0.200에 그쳤다. 하지만 정상급 타자답게 시즌이 시작되자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고 4월에 7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타격감을 조율했다.

이승엽의 본격적인 홈런레이스가 시작된 것은 5월.

5월5일 대구경기에서 현대 정명원으로부터 시즌 8호째 홈런을 뽑아낸 이후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했다.그야말로 ‘때리면 홈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5월19일 대전 한화전에서 1경기 3홈런을 터뜨리는 등 한달동안 쳐낸 홈런수가 무려 15개로 이틀에 한개꼴.외국인 선수 샌더스(해태) 로마이어(한화)는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

이어 6월에도 12발을 쏘아올리는 등 타격감은 절정이었다.

놀라운 홈런레이스가 펼쳐지자 자연스럽게 관심은 우즈의 홈런기록(42개) 경신으로 쏠렸다.

8월2일.역사적인 43호 아치가 대구구장 밤하늘에 아로새겨졌다.‘희생양’은 롯데 에이스 문동환.벅찬 감격을 이기지 못한 이승엽은 경기가 끝난 뒤 덕아웃에서 눈물을 흘렸다.

이후 잠시 슬럼프 기미를 보이던 이승엽은 홈런 신기록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난 뒤 ‘5일 연속 홈런’의 괴력을 보였다.

9월2일 대구 LG전에선 50홈런고지에 깃발을 꼽았고 9월30일 광주 해태와의 경기에서 시즌 마지막 홈런(54호)을 날렸다.

64년 140경기에서 55개를 친 왕정치에 비해 이승엽은 132경기에서 54개를 때려 경기당 홈런수(0.409)에선 왕정치를 능가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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