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통일농구대회 첫날]혼합팀 승부떠난 우정의 잔치

  • 입력 1999년 9월 28일 18시 49분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손을 맞췄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단 한번도 훈련을 같이 해본 적이 없지만 코트에 들어서자마자 척척 호흡이 맞았다.

말도 같았고 눈빛만으로 서로 마음을 읽는 듯했다.

평양의 농구팬은 질서정연한 응원으로 멋진 경기를 펼치는 남북 선수 모두에게 갈채를 보냈다.

28일 평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통일농구경기대회.

남의 현대남녀농구단과 북의 벼락팀(남자), 회오리팀(여자)이 한데 섞여 혼합팀을 이뤄 같은 민족, 같은 동포로서의 정을 흠뻑 나눴다.

팀 이름은 ‘단결’과 ‘단합’.

91년 5월12일 평양 능라도의 5·1경기장에서 청소년축구 단일팀 구성을 위해 남북의 청소년 축구선수들이 경기를 가진 뒤 8년만에 열린 남북 체육팀의 역사적인 경기였다.

백색 유니폼을 입은 여자부 단결팀의 감독은 북 회오리팀의 김명준감독이 맡았고 청색의 단합팀 감독은 남 현대여자농구팀의 진성호감독.

그러나 작전도 고함도 필요없었다. 서로가 같은 핏줄의 동포임을 확인하고 정을 나누는 승부를 초월한 화합의 무대였다.

여자부 단결―단합의 경기.

단결팀으로 출전한 ‘아시아 최고의 가드’ 전주원(현대)이 유연한 드리블에 이은 레이업슛으로 첫 득점을 올리자 단합팀의 홍은숙(회오리)이 똑같이 레이업슛으로 첫 물꼬를 텄다.

전주원이 패스를 해주면 북한여자농구의 대표적 골잡이인 오선희가 3점슛을 꽂아넣었고 홍은숙이 슛한 볼이 림을 맞고 튕겨나오면 장신의 강지숙(현대)이 골밑에서 받아넣었다.

사이좋게 골을 주고 받으며 단합팀이 전반을 72―60으로 앞섰으나 후반들어 슈팅이 호조를 보인 단결팀이 133―127로 역전승을 거뒀다.

29일에는 여자 현대―회오리(4시), 남자 현대―벼락(6시)의 경기가 열린다.

〈권순일·전 창기자〉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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