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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1월 27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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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정(21·삼성썬더스)은 자신의 놀라운 변신을 떠올릴 때마다 혼자 웃음짓는다.
할머니의 치료비를 마련하기위해 고려대를 중퇴하고 나래블루버드로 갈 때만 해도 그의 마음은 참담했다. 그러나 연습생 출신으로 97∼98프로농구 신인왕. 연봉도 4천만원에서 8천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그는 삼성으로 트레이드됐다. 나래시절엔 마음 내키는 대로 코트를 휘저었지만 삼성의 김동광 감독은 주문이 많았다. 지난달 발목까지 다치자 그는 자신을 내보낸 나래를 원망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19일 SBS스타즈 전부터 5연승. 팀 최다연승 타이기록의 수훈갑이 바로 주희정이다. 17일 부산경기에서 기아엔터프라이즈에 진 뒤 그는 김감독의 꾸지람을 듣고 홧김에 머리를 깎았다. 그리고 짧은 머리를 빨갛게 물들였다. 굳이 빨강색을 고른 것은 그냥 어울릴 것 같아서.
“머리를 깎은 뒤부터 이상하게 게임이 잘 풀리더라고요.”
26일 나산플라망스전에선 40분을 모두 뛰며 21득점에 어시스트 5개, 가로채기 4개. 리바운드볼도 6개나 잡아냈다. 27일 현재 경기당 4.38어시스트로 3위, 2.5가로채기로 3위. 국내선수 중에선 모두 1위다.
김동광 감독은 “주희정의 스피드와 반사신경은 국내 가드 중 으뜸”이라며“완급조절 능력을 키우고 슛에 대한 자신감만 붙으면 최고의 가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제는 삼성으로 잘 왔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큰 팀은 다르니까요.” 그래도 그는 곧잘 외로움을 탄다. 2,3일에 한번씩 나래 숙소의 주방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묻는 것도 이때문이다.
〈최화경기자〉bb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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