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 나타나 우리를 놀라게 했던 북한의 잠수정은 우리 어부의 그물에 걸려 해외토픽감이 됐다. 그러나 광주에 기지를 둔 야구장의 잠수함은 10년째 무사고 운항을 계속해 팬들을 놀라게 한다.
10년 연속 두자리 승수의 위업을 달성한 해태 이강철. 데뷔 첫 해인 89년 15승을 거둔 후 10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뒀으니 이는 최고투수로 불렸던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의 선동렬조차 감히 넘볼 수 없는 대기록이다.
잠수함 투수는 마운드가 높아진 뒤부터 급격히 줄어들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할 정도.
이들은 공이 좌우로 변하기 때문에 오버핸드스로 투수에 비해 마운드의 높이 이용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또 옆으로 꼬아던지기 때문에 허리와 팔꿈치에 무리가 간다.
뿐만 아니다. 아무래도 공이 가벼울 수밖에 없어 홈런을 많이 허용하는 것도 이들의 골칫거리다. 이강철도 10년간 한자릿수 피홈런은 9개를 내준 93년 한 해뿐일 정도로 대표적인 홈런 공장장이다.
따라서 잠수함투수는 정통파보다 더 많은 노력과 빠른 두뇌회전, 자로 잰 듯한 제구력을 겸비하지 않고선 대투수가 되기 어렵다. 그러고 보면 이강철의 기록은 한국 야구사에 영원히 남을 잠수함 최고의 기록이 될지도 모른다.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