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고성능잠수함」이강철 파이팅!

  • 입력 1998년 8월 11일 19시 22분


언더핸드스로 투수를 ‘잠수함 투수’라고 부른다. 밑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팔동작 때문이다.

동해안에 나타나 우리를 놀라게 했던 북한의 잠수정은 우리 어부의 그물에 걸려 해외토픽감이 됐다. 그러나 광주에 기지를 둔 야구장의 잠수함은 10년째 무사고 운항을 계속해 팬들을 놀라게 한다.

10년 연속 두자리 승수의 위업을 달성한 해태 이강철. 데뷔 첫 해인 89년 15승을 거둔 후 10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뒀으니 이는 최고투수로 불렸던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의 선동렬조차 감히 넘볼 수 없는 대기록이다.

잠수함 투수는 마운드가 높아진 뒤부터 급격히 줄어들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할 정도.

이들은 공이 좌우로 변하기 때문에 오버핸드스로 투수에 비해 마운드의 높이 이용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또 옆으로 꼬아던지기 때문에 허리와 팔꿈치에 무리가 간다.

뿐만 아니다. 아무래도 공이 가벼울 수밖에 없어 홈런을 많이 허용하는 것도 이들의 골칫거리다. 이강철도 10년간 한자릿수 피홈런은 9개를 내준 93년 한 해뿐일 정도로 대표적인 홈런 공장장이다.

따라서 잠수함투수는 정통파보다 더 많은 노력과 빠른 두뇌회전, 자로 잰 듯한 제구력을 겸비하지 않고선 대투수가 되기 어렵다. 그러고 보면 이강철의 기록은 한국 야구사에 영원히 남을 잠수함 최고의 기록이 될지도 모른다.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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