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복싱]페날로사 『몸서리치는 한국악몽』

  • 입력 1997년 12월 29일 20시 20분


프로복싱 WBC슈퍼플라이급 챔피언 제리 페날로사(26·필리핀)는 지금도 한국에서의 악몽을 잊을 수 없다. 페날로사는 지난달 23일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조영주(24)를 상대로 2차 방어전을 가졌다. 접전 끝에 10라운드에서 TKO승을 거뒀지만 하마터면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 「어글리 코리언」들에 의해 녹다운될 뻔했다. 필리핀의 일간지 「더 필리핀 스타」는 최근 페날로사가 한국에서 겪은 고초를 스포츠면 커버스토리로 다뤄 현지 교포들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 내용. WBC측의 요구로 경기일정이 갑자기 늦추어지는 바람에 컨디션 조절에 차질을 빚은 페날로사는 경기 5일전인 지난달 18일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일행은 숙박지인 영등포호텔까지 가는데 택시로 평소보다 한시간이나 더 걸렸다. 한국에서의 악몽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다음날 페날로사는 몸을 풀기 위해 근처의 체육관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페날로사는 체육관의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택시기사는 시내를 빙글빙글 돌기만 했다. 택시안에서 완전히 지쳐버린 페날로사는 오후 7시경 호텔로 돌아왔다. 20일 페날로사는 공개 스파링 장소인 성남 올림픽체육관까지 택시로 2시간30분이나 걸리는 지루한 여행을 해야 했다. 전에 왔을 때는 45분밖에 걸리지 않았던 거리였다. 스파링은 페날로사부터 시작했다. 다음은 조영주의 차례. 페날로사와 2회전을 풀로 뛴 스파링 파트너는 조영주와는 불과 1회전이 끝나자마자 주먹을 견딜 수 없다며 경기를 포기했다. 경기 하루 전 페날로사는 체중을 재기 위해 다시 성남으로 갔다. 이번엔 택시로 3시간30분. 체중을 잰 뒤 미리 예약해둔 성남호텔에 도착했다. 그런데 예약이 취소됐다는 것. 우여곡절 끝에 방을 잡은 페날로사는 이번엔 밤새 전화벨에 시달려야 했다. 오전 3시부터 목소리없는 전화가 계속 와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경기 당일 아침. 주최측에서 보내주기로 했던 차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택시를 잡았으나 페날로사 일행은 경기장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내려야 했다. 추운 날씨 속에 경기장까지 뛰어간 페날로사는 라커룸에서 마지막 낭패를 봤다. 히터가 가동되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이에 대해 조영주가 속한 성남체육관의 황기관장은 『경기일정이 연기된 것은 조영주의 손부상때문이었고 이 때문에 페날로사에게 별도의 훈련비를 지급했다』며 『경기당일에도 시간에 맞춰 승용차를 보냈으나 페날로사측이 늦는 바람에 차가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배극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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