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부족, 경기력 저하로 이어져
현역 엘리트 선수 30% ‘수면장애’
잠 부족하면 집중력-회복 속도↓
인지행동치료로 생활 리듬 교정
조은정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운동선수에게 수면은 단순히 피로를 해소하는 시간이 아니라 집중력과 판단력, 회복 속도, 경기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인하대병원 제공
중요한 경기를 앞둔 선수들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경기 전날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부상 복귀를 앞두고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기도 한다.
성적 부진 이후 자신감을 잃고 우울감과 탈진을 경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겉으로는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가 경기력 저하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해서 나타난다.
조은정 인하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선수의 경기력 저하 뒤에는 수면 부족과 불안, 스트레스 문제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선수에게 수면은 단순히 피로를 해소하는 시간이 아니라 집중력과 판단력, 회복 속도, 경기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특히 엘리트 선수는 반복되는 훈련과 경기 일정, 이동, 경쟁에 대한 압박으로 수면 리듬이 쉽게 흔들릴 수 있어 정신건강 관리와 함께 수면 상태를 함께 평가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런 문제는 운동선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요한 발표를 준비하는 직장인, 시험 기간 학생,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부모들 역시 더 좋은 결과를 위해 잠을 줄이며 버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학계는 오히려 수면 부족이 다음 날의 퍼포먼스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하루 6시간 수면을 2주간 지속한 사람들의 인지 수행 능력이 이틀 밤을 완전히 새운 사람 수준까지 저하됐다고 보고했다. 본인은 점차 적응했다고 느끼지만, 실제 집중력과 판단력은 계속 떨어졌다는 의미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자는 동안 몸과 뇌에서는 회복 작업이 동시에 이뤄진다. 깊은 수면이라 부르는 ‘서파수면’ 단계에서는 성장호르몬 분비가 증가해 근육과 조직 회복을 돕고, 렘(REM)수면은 감정 조절과 기억 정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증가해 피로 해소가 늦어지고 예민함과 집중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운동선수에게는 이런 변화가 경기력을 통해 더 직접적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에서는 대학 농구 선수의 수면 시간을 늘린 결과 스프린트 기록과 슛 성공률이 크게 향상됐다. 수면을 단순 휴식이 아니라 경기력 향상을 위한 ‘퍼포먼스 전략’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수면을 가장 먼저 줄여야 하는 시간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특히 운동선수들은 참고 이겨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정신적 어려움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해외 연구에서는 현역 엘리트 선수의 약 20∼30%가 우울, 불안, 수면장애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스포츠 정신건강의학’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스포츠 정신건강의학은 선수의 정신건강을 단순 상담 차원이 아니라 경기 일정과 훈련 강도, 부상 회복 과정, 반도핑 규정까지 함께 고려해 평가하고 치료한다. 최근에는 일반 정신 건강 진료에서도 수면과 스트레스, 불안 문제를 함께 관리하는 접근이 늘고 있다.
치료는 단순히 수면제를 처방하는 방식에 머물지 않는다. 수면 습관과 생활 리듬을 교정하고, 불안과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인지행동치료, 호흡 훈련, 이완 치료 등이 함께 활용된다.
필요에 따라 우울·불안 증상에 대한 치료나 수면무호흡증 같은 동반 질환 평가도 이뤄진다. 중요한 경기나 시험을 앞두고 며칠 전부터 충분한 수면을 확보하거나 규칙적인 생체 리듬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조 교수는 “운동선수뿐 아니라 일반인 역시 반복되는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속에서 집중력 저하와 감정 소진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면을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다음 날의 회복과 수행 능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건강 요소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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