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화에어로 폭발 사고]
공구에 남은 화약성분 닦다가 터져
한화 “자동화 어려워 근로자가 세척, 크게 위험한 공정이라고 판단 안해”
전문가 “정전기 등에도 폭발 가능성”… 경찰-소방당국 작업공정 전반 조사
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56동 세척공실이 연기로 검게 그을려 있다. 이 공장에서는 2018년과 2019년에도 폭발 사고가 발생해 8명이 숨졌다. 경찰은 2일 관계 당국과 함께 사고 원인에 대한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전=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꽝꽝 소리가 2초 간격으로 두 번 크게 울리더니 공장 쪽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더라고요.”
1일 오전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서 만난 주민 김한수 씨(48)는 폭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 씨는 “2018년과 2019년에도 사고가 나 인명 피해가 있었는데, 폭발음을 듣자마자 큰일이 났다는 걸 직감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오전 10시 59분경 발생했다. 인근 주민들은 “수백 m 떨어진 곳에서도 굉음과 진동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폭발과 화재로 지상 1층 243m² 면적의 건물 1동이 모두 불에 탔고,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 고체연료 세척 과정서 폭발 추정
사고가 난 곳은 공장 56동 세척공실로, 로켓 연료인 고체추진제 제작에 사용한 공구와 설비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상자 7명은 모두 해당 작업에 투입된 근로자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당시 작업 대상자는 8명이었지만 이 가운데 1명은 휴가로 출근하지 않아 사고를 피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 브리핑에 나선 가재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대표는 “추진제를 만들 때 사용한 공구에 남은 화약 성분을 물과 세제 성분으로 닦아내는 공정 중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해당 공정은) 자동화가 어려워 근로자들이 직접 작업해 왔다”고 말했다. 세척 작업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됐으며, 용액으로 공구를 닦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과 로켓의 동력원인 추진제는 고체 형태지만 점성과 접착력이 강한 화약 성분 물질이다. 이에 따라 배관과 밸브, 공구 등에 잔여물이 남아 별도의 세척 공정을 거쳐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세척 작업 자체를 크게 위험한 공정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았다”며 “화약 성분이 묻은 공구를 물과 세제가 섞인 용액으로 닦는 작업이라 일반적으로 폭발 위험성이 높다고 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작은 열이나 정전기에도 폭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환기 상태와 추진제 종류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겠지만 정전기나 스파크 같은 작은 요인도 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작업 환경”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공장에서는 2018년 5월 추진제 혼합 공정 중 폭발 사고로 5명이 숨졌고, 2019년 2월에는 로켓 추진체 연료 제거 작업 중 폭발이 발생해 3명이 사망했다. 이번 사고까지 포함해 3번의 사고로 모두 13명이 숨졌다.
● “규모 작아 소방 자체 점검 대상”
경찰과 소방 당국은 고체연료 관리와 작업 공정 전반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중대산업재해수사과와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 근로감독관 등 20여 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대전노동청은 사고 직후 해당 공장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소방 당국은 매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화재 안전 점검을 실시해 왔지만 폭발이 발생한 공정실은 규모가 작아 자체 점검 대상에만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윤성수 대전 유성소방서 119재난대응과장은 “지난해와 올해 (대전사업장) 본관동을 대상으로 화재 안전 조사를 진행해 일부 소방설비 교체 필요 사항 등을 지적했다”며 “폭발이 난 건물은 면적이 좁아 소방법상 점검 결과를 별도로 보고해야 하는 대상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사고 현장을 찾아 노동부와 행정안전부에 “이번 사고를 철저히 분석해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필요한 개선 조치를 신속히 추진하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6·3 지방선거 선거 운동을 긴급 중단하고 사고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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